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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관한 시 6편 바람에 관한 시 바람의 두께안도현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 안도현,『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 2004) ​ 바람의 길 조용미 ​창 밖에 바람이 불고 있다웅 웅불길하게, 지상의 모든 전깃줄을 다 쓰다듬으며바람은이승의 옷자락을 흔들어대고 있다 ​검은 비닐봉지가창 밑에서 휙 솟았다 날아간다 ​이런 날이면 바람의 길을 묻는 자들이길가에 무리지어 나와우두커니 서 있다가집으로 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아주 높은 곳에서바람의 길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있다바람의 길 저쪽에나를 아는 누가..
바람에 관한 시 바람에 관한 시 바람 곽재구 바람이사스레피 꽃 자주색 가지에 앉아박하사탕 두 알 줄 터이니방금 쓴 시를 다오 한다나는 박하사탕 두 알과 시를 바꾸었는데강변 토끼풀 꽃들이 그것을 알고주세요 주세요 하얀 손바닥을 내미는 것이었다 ​- 곽재구,『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 2019) 바람에게 말한다 김남조 ​ 바람은 안 보인다 하는가나뭇잎 수런거림이바람의 모습강기슭 잔물결은바람의 문양앞뒤좌우 바람손님이니 나는바람과의 동거여라 ​바람에게 말한다긴 세월 바람 있어 환하게 잘 지냈는데오늘도 눈 밝고 귀 밝아바람을 알아보니지극 감사하다고 ​바람에게 말한다세상에 못다 갚을 내 모든 은혜의 빛을바람에게 물려줄 일미리 사죄한다고바람과 살았으니 바람 외엔상속자가 없다고 ​- 김남조,『심장이 ..
오세영 시 : 너의 목소리 너의 목소리 오세영 너를 꿈 꾼 밤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거기 아무도 없었는데베게 고쳐 누우면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나뭇가지 스치는 소맷깃 소리 네가 왔구나산 넘고 물 지나해 지지 않는 누런 서역 땅에서나직이 신발 끌고 와 다정히 부르는 목소리오냐 오냐 안쓰런 마음은 만릿길인데황망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내리는 가랑비후두둑
기형도 : 비가 2, -붉은 달- 비가 2 ---붉은 달​ 기형도​ 1​그대, 아직 내게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감상의 망토 속에서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였다. 그런데​너는 ..
마당에 앉아 있으면 : 고철 시인 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철 별이 찾아오는 시간은 고요하다달 찾아오는 시간은 더 고요하다다저녁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눈 감고 있으면 고요하다귀 감고 있으면 더 고요하다천년이 그랬던 것처롬고요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저쪽에는 저쪽의 고요가 있다이쪽에는 이쪽의 고요가 있다저 산에는 저 산의 새가 있다이 산에는 이 산의 새가 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군이 울면서 지났갔을테고파랑새가 파랑(波浪)을 견디며 지났을 테고대포나 수류탄도 지났을 테고역병의 펜-데-믹 같은 녹두꽃 지났을 테고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그제께같이 개망초꽃 피었다내 몸에도 고요가 생겨서인지소나기 구르는데도 참견하지 않았다다소 쓸쓸하지만나는 마당하고 고요가 참 좋다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그대 떠난 강가에서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그대 떠난 강가에서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맹이 하나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속에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김태정 시인 :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김태정 물푸레나무는물에 담근 가지가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물푸레나무라지요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그건 잘 모르겠지만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물푸레나무, 그 푸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물푸레나무빛이 스며든 물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그것은 어쩌면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또 어쩌면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어쩌면 나에겐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며 잔..
서정주 시 10편 소개 국화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모란 그늘의 돌저녁 술참모란 그늘돗자리에 선잠 깨니바다에 밀물어느새 턱 아래 밀려와서가고 말자고그 떫은 꼬투리를 흔들고,내가 들다가놓아둔 돌들다가 무거워 놓아 둔 돌마저 들어 올리고가겠다고나는 머리를 가로젓고 있나니...... 자화상 애비는 종이 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
크리스마스에 읽는 시 10편 크리스마스에 읽는 시 10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이채성탄의 종소리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미움과 미움은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마음과 마음은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하늘의 은총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욕심과 불만은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행복과 행복이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평화의 메시지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성탄 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사랑하는 그대에게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전부터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슬픈 이를 위로하고미운..
세계 시인 100인 명 세계 시인 100인 명단전 세계 문학사를 움직인 시인들을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시대·언어·국가를 초월해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시인부터 현대 감성을 대표하는 시인까지 폭넓게 담았습니다. 새로운 시인을 발견하고 싶거나, 글쓰기·창작을 위한 영감을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될 리스트입니다. 왜 ‘세계 시인 100인’인가?시대가 달라도 ‘시(詩)’는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가장 깊고 섬세하게 담아낸 언어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시인을 따라가 보면, 문학과 예술뿐 아니라 역사·철학·문화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보이죠. 이 명단은 특정 기준보다 다양성과 영향력에 초점을 두어 선정했습니다. *** 세계 시인 100인 목록 고전·중세·근대의 기반을 만든 시인들 호메로스사포베르길리우스호라티우스오비디우스단테 알리기에리루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