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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시인 : 하늘 문을 두드리며 이성선 시인 : 하늘 문을 두드리며 1문을 두드립니다. 한밤 조용히 문을 두드립니다. 두려움에 오슬오슬 떨고 있는 나의 문빗장이 벗겨집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 밖 어두운 밤 하늘이 눈빛을 번뜩이며 한 그림자가 다가섭니다. 외투 벗어 하늘에 걸어 두시고 나를 열고 내리십니다. 그분이 밟고 오신 물소리가 밤 하늘에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허공은 향기로 가득합니다. 갑자기 가지에 선율이 빛나고 밤의 살빛이 비늘을 번뜩이며 나를 감쌉니다. 알 수 없는 비밀이 내 몸 속에 스밉니다.그분은 내리셨습니다. 형체도 없이 내리셨습니다. 무섭도록 헐벗은 나를 깨워주시고 비로소 이 영혼을 눈뜨게 하십니다. 44하늘을 향해 빙그레 웃습니다. 하늘도 나를 향해 빙그레 웃습니다. 오직 하늘을 따르니 하늘의 기쁨이 ..
마종기 시인 : 다행이다 다행이다마종기 책소개 / 예스24에서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시인 마종기,아주 멀리서, 실은 당신 곁에서 건네는 그의 맑은 위로올해 시력 60년을 맞이한 마종기 시인이 신작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 2020)을 펴냈다. 제2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마흔두 개의 초록』(2015) 이후 5년 만의 시집으로, 타국에서 한 편씩 써온 시 54편이 3부로 나뉘어 묶였다. 시인은 60년간 타국의 일상 속 성찰이 담긴 담백하고 아름다운 시어로 씌어진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 산문집을 꾸준히 선보이며 시인 자신과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왔다.젊은 시절 이 땅을 떠나야만 했던 시인 마종기는 시 쓰기로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왔다. 이번 시집에는 퇴직 전 반세기 ..
이상국 시인 소개와 시 10편 소개 이상국 시인 소개와 시 소개 이상국 시인 소개 이상국(1946년 9월 27일~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40년간 한결같이 시를 써온 사람이며, 역사의 상처를 쓰다듬는 깊은 향기를 지닌 시인이다.강원도 양양군 출신이며, 1976년 잡지 심상에 시 〈겨울추상화〉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유심지 주간, 백담사만해마을 운영위원장, 한국작가회의 강원지회장, 설악신문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강원지회장,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2014년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2012년 제24회 정지용문학상1999년 제1회 백석문학상민족예술상, 강원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희망에 대하여 어려서부터 나의 희망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 되는 것이었고 여태껏 그걸 잊은 적이 없습니다..
김덕남 시인 : 스토킹 스토킹김덕남 그림자 뒤에 숨어 따라오지 말아요뇌의 피가 역류하듯 하늘이 쏟아져요귓속말 마른침 마냥 딸꾹딸꾹 거려요마네킹 얼굴빛으로 날 보지 말아요긴 어둠 덮어버릴 안개꽃 살살 피워내 뒤를 들여다보는 그 미소가 섬찟해요바스락 소리에도 머리가 쭈뼛해요등뼈를 타고 내리며 초침이 움직여요신당역 시시티비가 재생되고 있어요 『문워크[moonwalk]』, 목언예원, 2025년.
이송희 시인 : 혀의 세계 혀의 세계이송희 바람을 삼키며 건널목을 지났어요찢긴 혀가 나뭇잎처럼 나뒹구는 길모퉁이뜨겁게 달아오른 입이벌레처럼 모여들었죠빈말을 머금은,바늘 돋친 혓바닥 위로표정을 바꿔가면서 떠오른 해의 무늬가붉은 눈 반짝거리며하염없이 따라왔어요숨을 참고 속엣말을 깊숙이 넣어 둔 채길고 짧은 실마리를 힘껏 끌어당길 때입 안에 숨겨 둔 혀가크게 부어올랐어요 이송희 시인 소개와 시 소개이송희 시인 소개 전남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Post-Doc,)를 마쳤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서울문화재단 문학창love.baula100.com
심승혁 시인 : 정글의 시간 심승혁 시인 : 정글의 시간 죽음을 뒤로 죽음이 이어지는 수풀 틈첫울음이 가느다랗다강한 이빨에게 뜯어먹히는 소리와약하게 퍼지는 울음에도 아랑곳없이미처 감지 못한 눈망울 아래죽음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수백 개의 발걸음이 힘차다태어난다는 것은죽을 수 있다는 것의 시작그토록 살기 위해 울었던 순간도 잠시결국 무너질 끝까지 울음을 멈추고숨죽인 채 살아낸 고단한 살점을들리지도 않던 작은 걸음들에게눈물로 흠뻑 적셔 떼어준다눈은 감기고 점점, 활기 차오르는첫울음이 커질 때쯤마지막 피곤을 땅에 놓는데어딘가 수레바퀴 소리, 참 시끄럽게도돌고 있… 까마귀 ​잠자리 풀잎에 앉은 아래개구리 혀를 쏘려 하고백로 한 마리 부리에 힘을 주는데 ​뒤엉킨 생사의 갈림길에남 좋은 건 못 봐!까마귀 울자, 깍깍백..
임효빈 시 :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임효빈 헤르만 헤세는 세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은 사랑의 병에 걸려 죽고 두 번째 부인의 사랑은 헤세답게 식었지만 늙은 헤세는 세 번째에도 사랑을 걸었단다 그는 사랑을 만나기 위해 헤어지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의 사랑은 하얀 드레스에 있었단다 헤세의 사랑은 슬픔에 잠겼고 오래된 사랑은 자정을 위해 스스로 불타버렸단다 나비 날갯짓처럼 사랑을 위해 이혼한 헤세 나비와 헤세는 사랑을 모았지만 꽃술에 걸린 그녀들의 사랑은 꽃만을 기억했단다 꽃이 궁금한 사람들이 헤세에게 물으면 헤세는 주저 없이 어떤 사랑도 첫사랑이라 말했단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어제의 나와 파혼했지만 언제까지 파혼해야 나를 만날 수 있을지 헤세에게는 묻지 않았다 -임효빈, 중 "나..
임효빈 시 : 도서관의 도서관 도서관의 도서관임효빈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거라 했다 누군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열람실의 빈 책상이었다 책상은 내가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으나 나의 슬픔은 부족했고 무수한 입이었으나 말 한마디 못했고 소리 내어 나를 읽을 수도 없었다 대여 목록 신청서에는 첨언이 많아 열람의 눈이 쏟아지고 도서관은 이동하기 위해 흔들렸다 당신은 이미 검은 표지를 넘겨 놓았고 반출은 모퉁이와 모퉁이를 닳게 하여 손이 탄 만큼 하나의 평화가 타오른다는 가설이 생겨났다 몇 페이지씩 뜯겨나가도 도서관 첫 목록 첫 페이지엔 당신의 이름이 꽂혀 있어 책의 완결을 위해 읽을 수 없는 곳을 읽었을 때 나는 걸어가 문을 닫는다 도서관의 책상은 오래된 시계를 풀고 있다 -임효..
나태주 시인 : 새사람 나태주 시인 : 새사람 새사람나태주 그럼요날마다 새날이고봄마다 새봄이구요사람마다 새사람 그중에서도 당신은새봄에 새로 그리운 사람 중에서도 첫 번째새사람입니다
2월의 시 5편 2월의 시 5편 2월 예찬 양광모 이틀이나 사흘쯤더 주어진다면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니2월은 시치미 뚝 떼고방긋이 웃으며 말하네겨울이 끝나야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봄이 시작되어야겨울이 물러가는 거란다 2월의 다짐 윤보영​ 지난해 2월에는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올해 2월 마지막 날은고맙다는 인사를해야겠습니다혹시라도 한 달내내 행복해서지난해처럼잊고 보내면 내년에는두 배로 하겠습니다. 2월에는 이명희 ​매운바람 속에서살며시 손잡아주며아직 이라는 희망너그럽게 허락하는 2월에는그대 안부가 그립습니다시간의 갈피에서더미로 모인 그리움들말없이 가슴을 풀어놓고경계선을 허무는 2월에는그대 소식이 궁금합니다결빙 속에서도불꽃처럼 심장을 덮혀꽃을 피워내는 2월에는잊혀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