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0)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중기 시인 : 영천능금농사 70년사 이중기 시인 : 영천능금농사 70년사 몸이야 살수록 낡아가지만 세월은 묵어서 발랄해진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이었다늙은 능금나무 그늘이 외딴집 뒤쪽 귀퉁이부터 허물어 내던 그날 오후,늙은이는 응급차에 실려 서쪽 병원으로 갔다열다섯부터였으리라능금농사 70년을 창밖으로 내다보는 난간 없는 생,초점 잃은 눈에도 강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금밭이 보였으리라능금이 초록에서 막 붉은빛으로 옮아가는 때,앳된 간호사가 와서 혈압 재는 동안능금나무 갈아 심듯 생도 재개발이 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이 주름 깊은 이마에 스친 것 같기도 했다간병인이 와서 기저귀 갈아주는 사이에도눈은 한사코 능금밭 쪽으로 열려 있었다산소호흡기로는 젊은 날 데려올 수 없는 고목,산소용접기라면 한 시절 다시 세워볼 수도 있겠다만호흡기만 떼면 한꺼번에.. 3월의 시 5편 3월의 시 5편 3월의 詩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 몸이 가려운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바위 틈에 흐르는 물 소리를 들으며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꽃망울이 터지는 봄'봄은 겨울에도 숨어서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3월정연복 꽃샘추위 속에 겨울과 봄이 함께 있다 아침저녁에는 한기에 온몸이 떨리는데 한낮에는 온 땅에 봄기운이 살살 풍긴다 같은 산에서도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산의 응달쪽에는 .. 고향에 대한 시 고향조말선 벗어놓은 외투가 고향처럼 떨어져 있다내가 빠져나간 이후에 그것은 고향이 되었다오늘 껴입은 외투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면한 번 이상 내가 포근하게 안긴 적이 있다는 것이다나는 비로소 벗어놓은 외투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내가 빠져나가자 그것은 공간이 되었다후줄근한 중고품더 이상 그 속에 있지 않은 사람의 언어 -조말선, 중 "고향" 노래이성부 고향에 내려 바람에 눈 씻고 보면고향 사람들의 얼굴대낮에도 웬 그림자에 가려 있다.뜨거운 마음을낯익은 이의 손에 겹치면힘없이 빠지는 손,감추는 손.다시 보는 고향 흙 맨발로 밟아도고향의 다순 살결은 끝내 아니다.벌거숭이로 몸 비비던,다 닳아진 신발에도 와 닿던,눈물나는 그 흙이 아니다.겁에 질려 움츠린 大地,숨어버린 땅.달이 .. 이전 1 2 3 4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