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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 시 :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임효빈

 

 

 

 

헤르만 헤세는 세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은 사랑의 병에 걸려 죽고 두 번째 부인의 사랑은 헤세답게 식었지만 늙은 헤세는 세 번째에도 사랑을 걸었단다

그는 사랑을 만나기 위해 헤어지고 검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의 사랑은 하얀 드레스에 있었단다

헤세의 사랑은 슬픔에 잠겼고 오래된 사랑은 자정을 위해 스스로 불타버렸단다

나비 날갯짓처럼 사랑을 위해 이혼한 헤세

나비와 헤세는 사랑을 모았지만 꽃술에 걸린 그녀들의 사랑은 꽃만을 기억했단다

꽃이 궁금한 사람들이 헤세에게 물으면 헤세는 주저 없이 어떤 사랑도 첫사랑이라 말했단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어제의 나와 파혼했지만 언제까지 파혼해야 나를 만날 수 있을지

헤세에게는 묻지 않았다

-임효빈, <우리의 커튼콜은 코끼리와 반반, (여우난골, 2022)> 중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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