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3) 썸네일형 리스트형 기형도 : 비가 2, -붉은 달- 비가 2 ---붉은 달 기형도 1그대, 아직 내게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감상의 망토 속에서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였다. 그런데너는 .. 마당에 앉아 있으면 : 고철 시인 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철 별이 찾아오는 시간은 고요하다달 찾아오는 시간은 더 고요하다다저녁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눈 감고 있으면 고요하다귀 감고 있으면 더 고요하다천년이 그랬던 것처롬고요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저쪽에는 저쪽의 고요가 있다이쪽에는 이쪽의 고요가 있다저 산에는 저 산의 새가 있다이 산에는 이 산의 새가 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군이 울면서 지났갔을테고파랑새가 파랑(波浪)을 견디며 지났을 테고대포나 수류탄도 지났을 테고역병의 펜-데-믹 같은 녹두꽃 지났을 테고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그제께같이 개망초꽃 피었다내 몸에도 고요가 생겨서인지소나기 구르는데도 참견하지 않았다다소 쓸쓸하지만나는 마당하고 고요가 참 좋다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그대 떠난 강가에서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그대 떠난 강가에서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맹이 하나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속에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