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3) 썸네일형 리스트형 천양희 시 : 몇 번의 겨울 몇 번의 겨울천양희 하늘 추워지고 꽃 다 지니온갖 목숨이 아까운 계절입니다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그대가 물으시면다음 계절이라고 답하지는 않겠습니다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봄이라고아주 평범한 말로마음을 움직이겠습니다 실패의 경험이라는 보석이저에게는 있습니다 내가 간절한 것에끝은 없을 것입니다 -천양희, 지독히 다행한, (창비, 2021)> 중 고철 시인 : 마당에 앉아 있으면 마당에 앉아 있으면고철 별이 찾아오는 시간은 고요하다 달 찾아오는 시간은 더 고요하다 다저녁 마당에 앉아 있으면 그걸 금방 안다눈 감고 있으면 고요하다 귀 감고 있으면 더 고요하다 천 년이 그랬던 것처럼 고요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저쪽에는 저쪽의 고요가 있다 이쪽에는 이쪽의 고요가 있다 저 산에는 저 산의 새가 있다 이 산에는 이 산의 새가 있다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성공하지 못한 혁명군이 울면서 지났을 테고파랑새가 파랑(波浪)을 견디며 지났을 테고대포나 수류탄도 지났을 테고역병의 팬-데-믹 같은 녹두꽃 지났을 테고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그저께같이 개망초꽃 피었다 내 몸에도 고요가 생겨서인지 소나기 구르는데도 참견하지 않았다 다소 쓸쓸하지만 나는 마당하고 고요가 참 좋다 고철의 『극단적 흰빛.. 바람에 관한 시 6편 바람에 관한 시 바람의 두께안도현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 안도현,『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 2004) 바람의 길 조용미 창 밖에 바람이 불고 있다웅 웅불길하게, 지상의 모든 전깃줄을 다 쓰다듬으며바람은이승의 옷자락을 흔들어대고 있다 검은 비닐봉지가창 밑에서 휙 솟았다 날아간다 이런 날이면 바람의 길을 묻는 자들이길가에 무리지어 나와우두커니 서 있다가집으로 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아주 높은 곳에서바람의 길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있다바람의 길 저쪽에나를 아는 누가..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