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6) 썸네일형 리스트형 허영숙 시인 : 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며허영숙 커피를 내리는 일처럼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아직 상처를 처매주지 못했거나 우물 안의 잣대 품어하늘의 높이를 재려한 얄팍한 깊이로서로에게 우를 범한 일들 새벽 산책길이제 막 눈을 뜬 들풀을무심히 밟아댄 사소함까지도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일은유리벽을 사이에 두고마주보는 것처럼마음과 마음의 온도 차이로 성애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가끔은 아주 가끔은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와서눈물 나게 하는 기억들 이 세상 어디선가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사연들이 있다면걸러내어 좋은 향기로 마주하고 싶다 커피 여과지 위에서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허영숙은 한국의 시인으로,.. 정호승 시인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장을 끼고 더러는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 나희덕 : 하느님은 부사를 좋아하신다 하느님은 부사를 좋아하신다나희덕 '쓰다'라는 동사의 맛이 항상 쓴 것은 아닙니다'보다'라는 동사는 때로 조사나 부사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라는 부사를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빨리'라는 부사도 조심하세요'항상'이라는 부사야말로 항상 주의해야 할 물건이지요하느님이 부사를 좋아하시는 건 사실이지만요 양치기가 사제보다 더 숭고할 수 있는 건바로 부사 때문이에요양치기가 어떻게 양들을 불러 모았는지그때 눈빛은 어땠는지목소리는 얼마나 다정했는지해 질 무렵 어둠은 얼마나 천천히 걸어왔는지양들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돌아왔는지돌아오는 길에 데이지가 얼마나 많이 피어있었는지부사로 이루어진 그런 순간들 말이에요 부사는 희미한 그림자 같아서부사 곁에서는 마음도 발소리를 낮춘답니다 '천천히'라는 부사는 얼마나 천천히 어.. 이전 1 2 3 4 5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