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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 소개와 시 소개

 

허수경 시인 소개

 

 

1964년 경상남도 진주시 출생. 대학 졸업 때까지 줄곧 진주에서 살다가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하였고 1987년 《실천문학》에 〈땡볕〉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1992년 독일의 뮌스터 대학교에서 고고학을 배웠다.

 

이때 이미 서울 시절에만 2권, 독일에서 1권의 시집을 냈고 고고학 박사를 마친 후에도 전업 작가로 부지런히 활약하여 시집, 산문집, 소설, 번역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 뮌스터에서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향년 54세.

 

 

 

허수경 시인

 

 

 

 

 

작품집 소개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실천문학사, 1988) (실천문학사, 2005, 2판) (실천문학사, 2010, 3판)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 지성사, 1992)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창비, 2001)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 지성사, 2005)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문학동네, 2011)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문학과 지성사, 2023)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문학동네, 2003)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난다, 2018, 개정판)

-너 없이 걸었다 (난다, 2015)[6]
-모래도시를 찾아서 (현대문학, 2005)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난다, 2018, 개정판)

-가기 전에 쓰는 글들 (난다, 2019)
-오늘의 착각 (난다, 2020)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난다, 2020) 

 

 

 

 

 
혼자 가는 먼 집
짧은 글귀 안에 담긴 심오한 뜻. 이 책은 문학적 상상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위한 시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작가의 심오한 뜻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허수경의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은 출간 이래 지속적인 애송시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표제작 《혼자 가는 먼 집》은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참혹함에도,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당신'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을 떠나보낸 참혹만이 아니라 생이 몽땅 상처인 것이어서 이 참혹함을 피해 볼 손바닥 만한 그늘도 찾을 수 없을 때, 나도 혼자 가고, 당신도 혼자 가고, 먼 집도 영영 혼자 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저자
허수경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1992.04.01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걸으며 사라진 것들의 영혼을 글로 남겼던 시인 허수경의 세번째 유고집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를 그의 2주기인 2020년 10월 3일에 선보인다. 독일에 살던 그가 2009년 한국일보 지면 ‘시로 여는 아침’에 연재한 짧은 산문과 시 50편을 엮었다. 지상을 떠나기 전 남겼던 원고 ‘가기 전에 쓰는 시들’ 속 ‘시’에 빗금을 긋고 ‘글’로 바꾸어 적었던 허수경 시인. 그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이었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는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인 시인들을 향한 허수경의 “개인적인 사랑 고백”이자 “이들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영광의 시간에 대한 찬가”이다(「시인의 말」). 그가 전하는 50편의 시에는 ‘아린 무의 속살을 베어문 듯한 싱싱한 삶의 순간’이 있다.
저자
허수경
출판
난다
출판일
2020.10.03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
저자
허수경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03.02.10

 

 

 

 

 

 

 

소설


-모래도시 (문학동네, 1996) (문학동네, 2018, 개정판)

-아틀란티스야, 잘 가 (문학동네, 2011)
-박하 (문학동네, 2011)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한양출판, 1994) (난다, 2021, 개정판)

-마루호리의 비밀 (파랑새, 2008)

 

 

 

 

 

 

 

 

 

시 소개

 

글로벌 블루스 

 

울릉도산 취나물 북해산 조갯살 중국산 들기름

타이산 피쉬소스 알프스에서 온 소금 스페인산 마늘 이태리산 쌀

 

가스는 러시아에서 오고

취나물 레시피는 모 요리 블로거의 것

 

독일 냄비에다 독일 밭에서 자란 유채기름을 두르고

완벽한 글로벌의 블루스를 준비한다

 

글로벌의 밭에서 바다에서 강에서 산에서 온 것들과

취나물 볶아서 잘 차려두고 완벽한 고향을 건설한다

 

고향을 건설하는 인간의 가장 완벽한 내면을 건설한다

완벽한 내면은 글로벌의 위장으로 내려간다

 

여기에다 외계의 별 한잔이면 글로벌의 블루스는 시작된다

고향의 입구는 비행장 고향의 신분증은 패스포트

오 년에 한 번 본에 있는 영사관으로 가서 패스포트를 갱신하는

 

선택이었다 자발적인 유배였으며 자유롭고 우울한

선택의 블루스가 흐르는 삶과 죽음까지

 

글로벌이라는 새 고향, 블루스를 울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가난의 고향에는 우주도 없고 이 가난의 고향에는

지구에 사는 인간의 말을 해독하고 싶은 외계도 없다

 

다만 블루스가 흐르는 인공위성의 심장을 가진

바람만이 있다 별 한잔만이 글로벌의 위장 안에서 진다

 

 

 

 

 

 

 

 

 

 

 

맑은 전등

 

바다 마을

집 한 채

다리를 오므리고 실파를 다듬는 계집아이

튼 손등에 오그리고 앉은 실파 냄새

아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먼 검바다 뜬 배

닻에 붉은 오징어 다리가 감겼다

힘찬 오징어 다리

파뿌리처럼 오그리고 있다

 

 

 

 

 

 

 

봄날은 간다

 

사카린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박분薄粉의 햇살아

연분홍 졸음 같은 낮술 마음 졸이던 소풍아

안타까움보다 더 광포한 세월아

순교의 순정아

나 이제 시시껄링으로 가려고 하네

시시껄렁이 나를 먹여살릴 때까지

 

 

 

 

 

 

 

 

우연한 나무

 

내 마을은 우연한 나의 자연

내 말은 우연한 나의 자연

고속도로 위에 새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새의 살을 들고 가서 누구도 삶지 않았다

우연히 죽은 새는 아무도 먹지 않네

살해당한 새만 먹을 수 있네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이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간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싱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https://youtu.be/6DCATJwT7oM?si=uIFThux77NavBVDN

 

 

 

 

 

 

 

 

 

정든 병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 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어둑어둑 대책 없습니다.

 

 

 

 

 

 

 

 

기차는 간다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 들키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불취불귀(不醉不歸)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니

가는 길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을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탈상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