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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시인 소개와 시 소개

오세영 시인 소개

 

1942년 4월 2일,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 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오세영 시인과 시 소개

 

 

 

 

 

 

 

 

 

 

 

 
반란하는 빛
첫시집 <반란하는 빛>과 두번째 시집 <가장 어두운 날저녁에>에서 선별한 시를 모은 중견시인의 시집. 혼란한 현실 속에서 가치를 찾아 제시해주는 명징한 눈이 되기도 하고 관념과 추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주 기도 하는 탄탄한 기법의 시편들이다.
저자
오세영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1997.10.30

 

 

 

 

 
진실과 사실 사이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의 평론집 『진실과 사실 사이』가 〈푸른사상 평론선 34〉로 출간되었다. 시문학 연구와 시창작에 평생을 매진한 저자는 기존의 비평과 학술 연구에서 토대로 삼았던 객관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문학관과 시론을 집대성했다.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통해 한국 시문학과 시단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오세영
출판
푸른사상
출판일
2020.12.15
 
곡선은 직선보다 아름답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오세영 시인(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곡선은 직선보다 아름답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46〉으로 출간되었다. 평생 학문과 문학에 정진한 저자의 일상에서 얻어진 자기 성찰의 기록이자 삶의 관록인 이 산문집은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
오세영
출판
푸른사상
출판일
2022.09.30
 
중심의 아픔
문학 연구와 시 창작에 매진해 온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중심의 아픔』이 〈푸른사상 산문선 39〉로 출간되었다. 창작과 학문 두 가지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저자의 문학적 삶과 여러 단상들을 모은 이 산문집은 ‘영원’과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달려온 한 시인의 문학관과 발자취를 기록한다.
저자
오세영
출판
푸른사상
출판일
2021.09.30
 
황금 모피를 찾아서
그동안 스무 권이 넘는 시집을 낸 오세영 시인이 배낭을 메고 실크로드로 떠났다. 이 시집은 한국에서 시작하여 중국, 파키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를 거쳐 터키까지 실크로드를 날 몸으로 통과해온 한 시인의 발자취다. 그는 텍스트 바깥의 물과 공기와 바람과 흙의 공간을 오래 떠돈 후에 다시 텍스트로 돌아왔다.
저자
오세영
출판
문학사상
출판일
2021.09.01
 
정좌
시와 학문의 길로 평생을 매진한 신념과 철학 『정좌(正坐)』는 올해로 등단 51년을 맞은 시단(詩壇)의 중진 오세영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자신의 삶과 문학을 회고하며 펼치는 시의 본질과 시인으로서 자세, 그리고 인생관이 담긴 자전 에세이이다. 그의 시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득해 독자들에게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 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부딪친 무수한 고난 속에서도 바른 자세로 정좌하며 살아온 삶과 문학의 역정을 진솔하게 술회하고 있다. 다난(多難)한 시대의 조류와 이념에 편승하지 않고 운명처럼 시인과 학자의 길을 묵묵히 지켜온 그의 신념과 철학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시는 ‘신이 없는 종교’라는 믿음으로 시 쓰기에 열정을 다해 온 시인은, 어차피 삶은 소멸이지만 소멸은 생성을 꿈꾼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저자
오세영
출판
인북스
출판일
2019.10.10

 

 

 

 

 

오세영 시인의 시 소개

 

 

아침

 

아침은
참새들의 휘파람소리로 온다.
천상에서 내리는 햇빛이

새날의 커튼을 올리고

지상은 은총에 눈뜨는 시간

아침은
비상의 나래를 준비하는

저 신들의 금관악기

경쾌한 참새들의 휘파람 소리로 온다.

 

 

 

 

 

 

 

 

그릇 1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강물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紹)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겨울 들녘에 서서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인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나는 누구?

 

도서관은 골 깊은 산이다

등산하듯 층계를 올라

어두운 서가를 뒤진다

이 골짜기는 역사 서가, 저 산봉우리는 철학서가,

저 능선은 과학 서가

고서는 이끼 낀 바위로 앉아 있고

사서는 칡넝쿨로 얽혀 있다

이곳저곳 걸으며

화두 하나 참구한다

 

나는 누구일까

청노루, 백사슴 다 아는 산길에서

딜을 잃고 망연히 헤매는데

앞에는 문득

깎아지른 듯 가로막고 서 있는 절벽

그 까마득한 벼랑에 핀

한 그루

 

 

 

 

 

 

 

 

 

 

낙엽

 

이제는 더 이상

느낌표도 물음표도 없다

찍어야 할

마침표 하나

 

다함없는 진실의

아낌없이 바쳐 쓴 한 줄의 시가

드디어 마침표를 기다리듯

나무는 지금 까마득히 높은 존재의 벼랑에

서 있다.

 

 

 

 

 

 

 

 

 

라일락 그늘 아래서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루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주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밤비

 

밤에

홀로 듣는 빗소리

 

비는 깨어 있는 자에게만

비가 된다

 

잠든 흙 속에서

라일락이 깨어나듯

한 사내의 두 빰이 비에 적실 때

비로소 눈뜨는 영혼

 

외로운 등불

밝히는 밤

소리 없이 몇 천 년을 흐르는 강물

 

눈물은

뜨거운 가슴속에서만

사랑이 된다

 

 

 

 

 

 

 

슬픔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을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럽혀진 대기, 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르게 닦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눈이 흐린 나는

확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이제

하나의 슬픔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