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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소개와 시 11편 소개

 

시인 천양희 소개

 

천양희(千良姬, 1942년 1월 21일 ~ ) 부산광역시 출신.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정원 한때'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천양희 시인 소개

 

 

 


작품


시집
《마음의 수수밭》(창비, 1994)

 

 

 
마음의 수수밭
40여년간 한결같이 독자들과 함께해온 ‘창비시선’이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획을 선보인다. 기존에 간행됐던 시집 중에서 그 주제의식과 언어의 현재성이 여실한 시집을 가려 뽑아 지금의 독자들과 새롭게 나누는 시리즈‘창비시선_다시봄’이다. 1975년 3월 신경림 시집 『농무(農舞)』를 시작으로, 창비시선은 2019년 10월 현재 436권에 달하는 시집을 출간하며 우리 시의 문학적 고투와 성과를 오롯이 담아내왔다. 서정의 언어로, 저항의 외침으로, 다양성의 목소리로 이어져온 창비시선은 유장하고 넓은 한국시의 강물이 되었다. ‘창비시선_다시봄’의 출간은 이 문학적 물길과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지금 여기로 이어진 한국 현대시의 본류를 살피는 일이자 아직 그곳에 온전히 머무르고 있는 맑고 다채로운 미감을 현재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한 시인들은 오래전에 선보인 작품을 펼쳐두고 애정과 고심으로 퇴고를 거듭하며 시간의 더께를 털어내었고 그 소회를 책에 밝혀두었다. 아울러 표지 디자인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포부를 담아 1966년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었다.
저자
천양희
출판
창비
출판일
2019.10.10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너무 많은 입
천양희 시인이 7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 생의 상처에 맞서는 강렬한 힘을 형상화하곤 했던 전작 시집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는 열정적인 글쓰기를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달으려는 간절함과 함께, 일상의 사소함에서 얻는 깨달음을 통해 보다 유연한 세계로 나아가는 시적 진보를 보여준다. 시인은 1초에 90번 씩 제몸을 쳐서 허공 중에 부동자세로 서는 벌새처럼 자신의 일부를 스스로 부수며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이 속도 제일주의 세상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기를 잊지 않는다.
저자
천양희
출판
창비
출판일
2005.05.06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새벽에 생각하다
시인은 욕망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 시라는 욕망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지극한 시를 소망하는 시인이야말로 실로 가난한 포용과 긍정에 드는 장본인인 까닭이다. 그에게는 순탄한 물보다 자신을 결딴낸 뒤에 오는 폭포가 ‘절창’이다. 절망을 살았기에 저절로 비장해지는 시, 삶과 시가 분간되지 않는 시인에게 시의 진실이란 허투루 살거나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그 밖의 집은 짓지 않겠다는 각오뿐이다.
저자
천양희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7.03.28

 

 

 

 

 
단추를 채우면서
오랜 역사와 더불어 꽃피워온 얼ㆍ말ㆍ글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된 「한국대표 명시선 100」 천양희의 시집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시인의 대표시 50편을 가려 묶었다. 고통과 상처의 삶을 지나 일상에서 인식과 성찰의 우물을 길어 올리며 하나하나 눌러 쓴 시들이 모여 시인의 아픈 내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시인은 그 힘으로 자신을 고양시키고 독자들의 아픈 가슴과 한량없이 만난다.
저자
천양희
출판
시인생각
출판일
2013.07.31

 

 

 
시의 숲을 거닐다
세계적 시인들의 시와 삶을 거닐도록 우리를 안내하는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저자가 세계적 시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겪은 사랑과 이별 등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시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세계적 시인들이 남긴 시를 그들의 구체적인 삶과 실제적으로 연결시켜, 시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따라 감상할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2004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조선일보'에 〈문학의 숲〉이라는 고정란을 맡아 연재한 에세이를 담았다. 150여 명의 세계적 시인들의 시세계는 물론,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조명하여 보여준다. 아울러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삶에 대한 통찰도 제시하고 있다. 상드와의 사랑이 뮈세의 시에 준 영향을 설명하고, 조국을 잃은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불러내면서 한용운 등의 시에 들어있는 감정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그리고 혁명가 예세닌의 국경을 뛰어넘는 치열한 사랑을 보여주고, 30여 년간 오직 한 여자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사랑한 예이츠의 순수한 사랑을 들려주며, 친구 브릭의 아내를 사랑한 마야코프스키의 이상한 동거 등을 소개한다. 양장본.
저자
천양희
출판
샘터(샘터사)
출판일
2006.12.22

 

 

 

 

 

수필집
2013년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수상
1998년 현대문학상
2005년 공초문학상
2011년 만해문학상

 

 

 

천양희 시인의 시 11편 소개

 

 

 

 

 

 

마음의 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사람의 일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농담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 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 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 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 농사 풍성하던 그 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 열매보다 몇 알이나 더 작아져선

,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그믐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산()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진 어머니

 

 

 

 

 

 

 

 

마음의 수수밭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 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 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 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

몸 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 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수평선이 되고 싶다

 

한 평의 바다도

못 가진 채

수초처럼 걸려

흔들리는 당신에게

 

허전하게 편하거나

편하게 허전한

수평선 하나 주고 싶어

 

우리가 껴안은

수많은 해안선

 

세상의 끈이 이렇게 길었구나.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풍화되었다.

 

 

 

 

 

 

 

https://youtu.be/6pbE5YYK3Vo?si=hYRUW9Jg3LBDawNC

 

 

 

 

 

 

 

 

 

 

단추를 채우면서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채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뒤편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배경이 되다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https://youtu.be/ZOdDKXoz6TU?si=PF09QIKAQJZnyS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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