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 소개
정현종(鄭玄宗, 1939년 12월 17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서울 출생으로 대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이 3회 추천 완료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1978년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제3회 「연암문학상」,
1992년 제4회 「이산문학상」,
1996년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
2004년 제12회 「공초문학상」,
2004년 파블로 네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 메달,
2005년 근정포장,
2006년 제2회 「경암학술상」을 수상했다.
시집
《사물의 꿈》(민음사, 1972)
《나는 별아저씨》(문학과 지성사, 1978)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문학과지성사, 1984)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계사, 1989)
《한 꽃송이》(문학과지성사, 1992)
《세상의 나무들》(문학과지성사, 1995)
《갈증이며 샘물인》(문학과지성사, 1999)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 2003)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
시선집
《고통의 축제》(민음사, 1974)
《달아 달아 밝은 달아》(지식산업사, 1982)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문학과비평사, 1990)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미래사, 1991)
《이슬》(문학과 지성사, 1996)
《환합니다》(1999)
《정현종 시선》(시와시학사, 2005) 시전집
《정현종 시전집》(문학과지성사, 1999) 산문집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1975) 《숨과 꿈》(1982)
《관심과 시각》(1983)
《생명의 황홀》(1989)
《날아라 버스야》(2003)
정현종 시인의 시 소개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주고받음이 한 줄기
바람 같아라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차지 않는 이 마음,
내 마음의 공터에 오셔서
경주를 하시든지
잘 노시든지
잠을 자시든지......
굿나잇.
갈데 없이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빛나고 있다든지,
해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 없이 아름답습니다
광채 나는 목소리로 풀잎은
흔들리는 풀잎이 내게
시 한 구절을 준다
하늘이 안 무너지는 건
우리들 때문이에요, 하고 풀잎들은
그 푸른빛을 다해
흔들림을 다해
광채 나는 목소리를 뿜어 올린다
내 눈을 두 방울 큰 이슬로 만든다
그 이슬에 비친 세상
큰 건 작고
강한 건 약하다
(유머러스한 세파
참 많은 공포의 소산)
이 동네 백척간두마다
광채 나는 목소리로 풀잎은
그림자의 향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를
따온다
영원히
푸르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
그림자를
따온다
마르지 않는
향기
나는 별아저씨
나는 별아저씨
별아 나를 삼촌이라 불러다오
별아 나는 너의 삼촌
나는 별아저씨
나는 바람남편
바람아 나를 서방이라고 불러다오
너와 나는 마음이 아주 잘 맞아
나는 바람남편이지
나는 그리고 침묵의 아들
어머니이신 침묵
언어의 하느님이신 침묵의
돔아래서
나는 예배한다
우리의 생은 침묵
우리의 죽음은 말의 시작
이 천하 못된 사랑을 보아라
나는 별아저씨
바람남편이지
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그대로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낙엽
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는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
낮술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 차 덜 그 덕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가혹하다
우리의 그대의 빈 그릇을
무엇이로든지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있는 태양처럼
비로소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미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속임수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그대,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이여.
느낌표
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 놓고
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 놓고
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하나 구르게 하고
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 놓고
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올려놓고
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 놓고
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
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말없이 걸어가듯이
시간은 흘러
흐르는 시간
쓸쓸하여
마음 안팎을 물들여
가을바람이 나무를 흔들 듯이
내가 말없이 걸어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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