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1)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3년 만해문예대상 '천양희' 시인의 시와 시인 소개 천양희 시인의 시와 시인 소개 저 모습 하루를 살다 죽는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 위해 천일을 물 속에서 보낸다 스무 번도 넘게 허물을 벗는다 하루를 살기 위해 일주일을 살다 죽는 반딧불은 일주일을 살기 위해 수컷을 유혹해 알을 갖는다 꽁지에 불을 뿜고 날아다닌다 일주일을 살기 위해 허물도 벗지 않고 불도 뿜지 않고 오십 년도 넘게 잘도 사는 나여 파지(破紙) 그 옛날 추사(秋史)는 불광(佛光)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 위해 버린 파지가 벽장에 가득했다는데 시(詩) 한 자 쓰기 위해 파지 몇 장 겨우 버리면서 힘들어 못 쓰겠다고 증얼거린다 파지를 버릴 때마다 찢어지는 건 가슴이다 찢긴 오기가 버려진 파지를 버티게 한다 파지의 폐허를 나는 난민처럼 지나왔다 고지에 오르듯 원고지에 매달리다 어느 땐 파지를 팔지로.. 나태주 시 3편과 시인 소개 나태주 시 3편 풀꽃 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태주 나태주 시인 소개 나태주 시인(74)은 ‘풀꽃 시인’으로 불린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등단 50주년이 넘었습니다. 시 하나, 아니 이름 하나 남기기 어려운 복잡한 세상에 남긴 성과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시골에 묻혀있는 돌멩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용도폐기가 가까운 사람”이라고 낮춰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나 문학적 성취에 집중하는 대신 “오늘도 무탈하게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덜 받고, 편안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생각을.. 김현승 시 3편과 시인 소개 김현승 시 3편 읽기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