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시인 소개
1966년 경상북도 문경군에서 태어나 충청북도 충주시 중원에서 자랐고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다.
오산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2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창작 전공으로 문예창작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이후 18년간 공식적인 작품 발표가 없다가 첫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 2010년),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문학과지성사, 2016년)을 출간했다.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웅진지식하우스, 2013년), '싸나희 순정'(문학세계사, 2015년, 2021년 영화로 제작됨),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해냄, 2018년),
공동으로 엮은 한국 서정시선집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해냄, 2021년)
산문집 '진지하면 반칙이다'(해냄, 2022년)를 세상에 내놨다.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은 2010년 첫 발간 이후 2023년 4월에 19쇄를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김광석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자다. 작곡은 김광석.
대학 졸업 후 몇몇 기업체 홍보실에 근무하다가 사표를 내고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5개월 간의 여행을 마치고 강원도 횡성군에 귀농해 고추 농사를 지었다.
1999년 진로그룹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이기돈과 함께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업체인 야호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시켜 큰 돈을 벌었다.
2000년대 초반 '오칠팔이' 서비스는 매출액 100억원대의 한국 벨소리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모바일 콘텐츠공급업체(CP)로는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했는데 그는 당시 2대 주주였다. 2006년 회사를 매각하였고 2009년 폐업하였다.
KBS1 TV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늘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0대에게 60.1%의 지지를 받은 것을 두고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 붙들고 앉아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다면 그 청년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 얼마나 외롭길래 여론조사 전화 자동 질문에라도 귀를 기울이며 응대를 하고 있었겠는가",
"정상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오세훈, 박형준 같은 추물들을 지지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
류근 시 소개
어떻게든 이별
어제 나는 많은 것들과 이별했다 작정하고 이별했다 맘먹고 이별했고 이를 악물고 이별했다 내가 이별하는 동안 빗방울은 구름의 자세와 이별했고 우산은 나의 신발장과 이별했고 사소한 외상값은 현금지급기와 이별했다 몇몇의 벌레들은 영영 목숨과 이별하기도 하였다 어제는 어제와 이별하였고 오늘은 또 어제와 이별하였다 아무런 상처 없이 나는 오늘과 또 오늘의 약속들과 마주쳤으나 또 아무런 상처 없이 그것들과 이별을 결심, 하였다
아아, 그럴 수 있을까 우리 동네 가난한 극장은 천장이 무너져 결국 문을 닫고 수리 중, 이다 로터리에서 사라질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극장에서 극장이 이별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옛날 애인은 결국 초경 후 폐경하였다 이별이다 아아, 어떻게든 이 별!
나는 황소표 빨랫비누로 머리 감던 시절을 기억한다 머리카락이 담벼락과 잘 결합하던 시절이었다 노란 곰인형을 팔아서 우리 노란 전구를 살까 애인은 남영역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때 인천행 전동차는 서울역과 이별하는 것이고 내 친구 김세연이는 망을 보는 것이고 삼표 국숫집 리어카는 나를 태우고 한낮의 전봇대와 충돌하는 것이다 선생님, 더 이상 학교 다니고 싶지 않아요, 부산항에서 민들레를 봤어요. 노랗던데,
그러니 나의 이별을 애인들에게 알리지 마라 너 빼놓곤 나조차 다 애인이다 부디, 이별하자
https://youtu.be/pn74yUqGSzc?si=cUomMcm6Sr6XxgI4
독작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 주는 것이다
https://youtu.be/z36q_UNpDHs?si=88PF9OXtQf3KaS8a
고달픈 이데올로기
오늘은 오래 걸었습니다
머리가 걷기를 원했으므로 머리를 가지지 못한 다리는 따라 걸어야 했지요
처음부터 다리가 걷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머리가 가자는 대로 가다가 더 이상은 걸을 수 없다고 머리가 생각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다리는 그래서 걷기를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구부린 채 머리의 다음 생각을 기다렸습니다
다리는 머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꿈꾸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아플 때 제 아픔을 아파하고 제가 더러워졌을 때 제 더러움을 더러워할 뿐이지요
머리가 아플 때 제 다리 아프지 않고 머리가 세상의 일로 더럽혀졌을 때
제 다리 하나도 더럽지 않습니다
머리가 없으므로 다리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아프면 머리가 먼저 그 아픔 때문에 아프고 제가 더러워지면 머리가 더 먼저 제 더러움에 소스라친다는 것
오늘은 오래 걸었습니다
머리가 걷기를 원했으므로
머리를 가지지 못한 다리는 하는 수 없이
온종일 머리를 얹고 멀리멀리 걸어야 했습니다
https://youtu.be/tvCgN1R_gCY?si=vj9-PPcjrPNnUEK1
명왕성 이후
잊혀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봄날 네 가슴에 처음 온 꽃잎으로 피었다가
오는 비 가는 세월에 남김없이 스러져
저물어간다는 건
내가 먼저 이 별에 가자고 했다
눈 덮인 지붕들 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죽은 별들의 추억처럼 따뜻해서
이 별에선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먼저 왔고
너 나중에 왔고
내 기억이 기억나기 전에
꽃들이 먼저 피었다
우리 이 별에서
너무 늦게 만났다
아무런 뜻도 없이
꽃이 피고 비가 오는 날들이 지나갔다
너무 늦게 이 별에서
너를 만났다
나에게 주는 시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 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나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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