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희망이다
- 박노해
상처 없는 사랑은 없어라
상처 없는 희망은 없어라
네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네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니
그대 눈물로 상처를 돌아보라
아물지 않은 그 상처에
세상의 모든 상처가 비추니
상처가 희망이다
상처받고 있다는 것은 네가 살아있다는 것
상처받고 있다는 것은 네가 사랑한다는 것
순결한 영혼의 상처를 지닌 자여
상처 난 빛의 가슴을 가진 자여
이 아픔이 나 하나의 상처가 아니라면
이 슬픔이 나 하나의 좌절이 아니라면
그대 상처가 희망이다.
희망이 완창이다
- 천양희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희망
- 정희성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희망을 꺼놓자
최종천
인간이 희망을 켜놓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므로
희망이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것은 인간에게 좋지 않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희망으로는
식물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꺼버리면 어떨까요?
절망은 희망의 위성 같은 것으로서
희망의 빛을 반사하여 빛나고 있기에
희망을 꺼두면 절망도 빛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가 사막화하고 있는 것은
태양보다 희망이 더 빛나기 때문입니다
희망에게
김남조
그대 원대로 하렴
왔는가 하는 참에 벌써 작별인사라니
그럼 그렇게 하렴
가는 길 잘 살펴 가렴
바람 부는 세상
풍차 돌리다 돌리다
문득 편지 한 장 보내라도 준다면
치미는 어질머리의
고마움이고말고
피 같은 세월
물처럼 퍼 담아 쏟아버리고
그 언제 허깨비처럼 나타난다면
차마 아니 믿기어도
반갑고말고 반갑고말고
그도 저도 아니고
생 끝날에야 찾아온다면
내 이르되 너무 늦은 건 아니라 하리
또 이르되
어서 다른 데 가보라 하리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
- 남낙현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물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다.
바닥까지 추락해본 사람은
눈물을 사랑한다.
바닥엔 가시가 깔려 있어도
양탄자가 깔려 있는
방처럼 아늑할 때가 있다.
이제는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면
차라리 다시 일어서서
오를 수가 있어 좋다.
실패한 사랑 때문에
실패한 사업 때문에
실패한 시험 때문에
인생의 밑바닥에 내려갔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흘린 눈물만큼
인생의 깊이를 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은 용기와 희망이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다시
-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 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작은 희망에게
김선우
희망은
서로에게 연결되려는 나지막한 음파 같은 것
거창하고 먼 데서 생기지 않는다
희망은
애쓰고 노력하면서
발명해 가는 것
희망은
발명하면 언젠가는 발견하게 되고
발명하지 못하면
발견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
희망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오늘의 나지막한 음파를 너에게 보내는 것
희망을 위하여
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선 시인에 대하여 (1) | 2025.02.12 |
---|---|
1월에 관한 시 5편 (0) | 2025.01.06 |
12월의 시(詩)들 (1) | 2024.12.28 |
류근 시인 소개와 시 소개 (6) | 2024.11.29 |
김광섭 시인의 생애와 시 소개 (1)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