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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소개와 시 소개

김용택 시인 소개

 

 

김용택(金龍澤, 1948년 8월 26일~현재)은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대한민국 전라북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이듬해에 우연히 친구들을 따라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 기간 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현 마암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교직 기간 동안 종종 가르치는 아이들의 시를 모아 펴내기도 하였으며, 그가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타 지역에서 전학오면서 2005년 3월 1일에 마암분교가 마암초등학교로 승격되었다. 2009년 2월 28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 때가 나이 35세였다.

1986년 6회「김수영문학상」, 1998년 12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독립단편영화 《들》의 조연으로 영화배우에 데뷔하였고 2010년에는 이창동이 감독한 영화 《시》에 조연하기도 하였다.


자기가 편애하는 시인은 김소월, 김수영, 시인이다.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을 가진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초등학생 제자들에게 시를 가르쳤다.

 

 

 

김용택 시인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창작과비평사, 1982)
《섬진강》(창작과비평사, 1985) 

《맑은 날》(창작과비평사, 1986)

《누이야 날이 저문다》(청하출판사, 1988), 재출간(열림원, 1999)

 

 

 
누이야 날이 저문다
■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하며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에 대하여 1. 빛나는 시의 정수를 맛보는 문학동네의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의 8차분 열 권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71번부터 80번까지 이향지, 허만하, 고정희, 이하석, 이진명, 김용택, 김경미, 박철, 김박은경, 김참 시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길게는 40년 세월을 거슬러 복간되는 이 귀한 시집들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서가와 시사(詩史)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이번 8차분 포에지로 복간한 10권의 시집이 품고 있는 시간은 무려 226년, 이들 시인이 시인으로 등단한 시기에서부터 따지면 약 399년, 근 40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서도 여전히 잠들지 않는 시의 목소리로 독자를 깨웁니다. 올해부터 문학동네포에지는 만듦새에 변화를 주어 더 가볍고 더 투명한 스타드림 표지 종이로 커버를 한 겹 더 입혔습니다. 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을 지키면서도 정성을 겹으로 두른 방식을 고심한 결과물입니다. 8차분에서는 이향지 시인의 네번째 시집 『내 눈앞의 전선』을 71번으로 내세웁니다. “시가 언(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내 시는 미래로 보일 것이다”(시인의 말)라고 선언했던 2002년을 지나 이향지 시인은 말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여자가 내 안에 복작대고 있었음을 확인한다. 숨을 곳이 없다.”(개정판 시인의 말) 문학동네포에지는 여성 시인이 시리즈의 선두에 나선 만큼 숨어 있고 숨겨져 있던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 시대를 앞서 묵묵히 제 시의 발성으로 온몸을 써왔던 여성 시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고 손을 내밀 참이기도 합니다. 2. 이번 8차분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향지 시인이 2003년 천년의시작에서 출간한 네번째 시집 『내 눈앞의 전선』을 20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1번으로 복간합니다. 1957년 『문학예술』로 등단한 허만하 시인이 1999년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두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를 24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2번으로 복간합니다. 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고정희 시인이 1983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한 세번째 시집이자 장시집인 『초혼제』를 40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3번으로 복간합니다.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하석 시인이 1989년 세계사에서 출간한 세번째 시집 『우리 낯선 사람들』를 34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4번으로 복간합니다.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진명 시인이 2004년 열림원에서 출간한 세번째 시집 『단 한 사람』을 19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5번으로 복간합니다. 1982년 『꺼지지 않는 횃불로』로 등단한 김용택 시인이 1988년 청하에서 출간한 세번째 시집 『누이야 날이 저문다』를 35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6번으로 복간합니다.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경미 시인이 2001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세번째 시집 『쉿, 나의 세컨드는』을 22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7번으로 복간합니다. 1987년 『창비1987』로 등단한 박철 시인이 2001년 문학동네에서 묶었던 다섯번째 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를 22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8번으로 복간합니다. 2002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김박은경 시인이 2013년 문예중앙에서 펴낸 두번째 시집 『중독』을 10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79번으로 복간합니다.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김참 시인이 1999년 세계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를 24년 만에 문학동네포에지 80번으로 복간합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 파스텔톤의 열 가지 컬러로 출간됩니다. 해설이 따로 실리지 않는 시집 시리즈, 추천사도 따로 박히지 않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약력과 시인의 자서와 시인의 시로만 꿰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시 가운데 미리 보기로 어떠한가 싶어 고른 한 편의 시를 책 뒷면에 새겼습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시간을 거슬러 찬찬히 행하는 시로의 이 뒤로 걷기를 통해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집을 발굴하고, 숨어 있기 좋았던 시집을 골라내며, 책장 밖으로 떨어져 있던 시집을 집어 서가에 다시 꽂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시사를 관통함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시의 독본들을 여러분들에게 친절히 제공해드릴 참입니다. 출발의 본거지는 제각각 달랐으나 도착의 안식처는 모두 한데로, 문학동네포에지 안에서 유연성 다해 섞이고 개연성 있게 엮인 가운데 한 차에 열 권씩 펼친 시의 병풍은 저마다 다양한 개성으로 저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저마다 특별한 사유로 시리즈라는 줄자에서 보다 큼지막한 테두리로 우리를 시라는 리듬 속에 재미 속에 미침 속에 한껏 춤추게 할 것입니다. 포에지(Poesie)는 프랑스어로 ‘시’를 뜻하는 말이지만 크게는 ‘시, 라는 정신, 시, 하는 태도’까지 어떤 정취로 그만의 격으로 느껴지고 보이길 바랐습니다.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현시되는 장을 여는 일이 되기도 할 것”(문학동네포에지 기획의 말)이라는, 우리 스스로 선언한 책임과 의무의 말이 실은 얼마나 큰 무게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올해는 문학동네 3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시인선 200번과 문학동네포에지 100번을 출간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책장에 꽂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시집들을 펴내겠습니다.
저자
김용택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3.08.18

 

 

《꽃산 가는 길》(창작과비평사, 1988)

《그리운 꽃편지》(풀빛, 1989)
《그대, 거침없는 사랑》(푸른숲, 1993)

《강같은 세월》(창작과비평사, 1995)

《그 여자네 집》(창작과비평사, 1998)

 

 

 

 
그 여자네 집
82년 <섬진강>으로 등단한 중견시인의 시집. 이웃마을에 살던 한 여자의 마음과 일상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애인`을 비롯하여 사랑하는 여자의 집을 은은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 여자네 집` 외 `사람들은 왜 모 를까` 등 40여 편의 시를 모았다.
저자
김용택
출판
창작과비평사
출판일
1998.03.15

 

 


《나무》(창작과비평사, 2002) 

《연애시집》(마음산책, 2002)
《그래서 당신》(문학동네, 2006)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창작과비평사, 2013)
《울고 들어온 너에게》(창비, 2016) 


《시가 내게로 왔다》: 당시 Mbc tv프로그램인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되었다. 지금까지 5권이 출간되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주제는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서글픔과 삶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방 안의 꽃》: 이 두 편의 시는 훗날 작곡가 정근이 곡을 붙임으로 인해 동요로도 알려진다.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1998) 

 

 
콩 너는 죽었다
자연, 우리 집, 우리 학교, 할머니의 4부로 동시를 엮었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시집의 시중 하나은 「콩, 너는 죽었다」는 초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등 총 4편의 시가 교과서에 실렸다. 섬진강 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시인의 맑은 시가 들어 있습니다. ♧저자소개 글 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의 아름다운 섬진강 가인 임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에 「섬진강 1」등 아홉 편을 발표한 이후, 자연과 함께하는 빼어난 시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집 『섬진강』『누이야 날이 저문다』등을 펴냈으며, 김수영 문학상, 김소월 문학사을 받았다. 현재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림 박건웅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꼬,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2002년 출판만화 『꽃』을 펴냈고, 이 책으로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씁니다. 현재 제주도 이야기를 다룬 『섬』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
김용택
출판
실천문학사
출판일
2007.05.30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시 소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림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빞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당신,

세상에서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보다 더 따뜻할 수 있는,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이 있을 리 없겠지요

당신......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선운사 동백꽃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대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흔적

 


어제 밤에 그대 창문 앞까지 갔었네

불 밖에서 그대 불빛 속으로

한 없이 뛰어들던 눈송이 송이

기다림없이 문득 불이 꺼질 때

어디론가 휘몰려 가던 눈들

 

그대 눈 그친 아침에 보게 되리

불빛 없는 들판을
홀로 걸어간 한 사내의 발자국과

어둠을 익히며
한참을 아득히 서 있던

더 깊고
더 춥던 흔적들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빗장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서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 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푸른나무

 


나도 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너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너같이 푸르른 시인이 되어

가난한 우리나라 봄길을 나서고 싶다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면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기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요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벼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이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도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11월의 노래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가을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림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래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