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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 소개와 시 소개

오탁번 시인 소개

 

1943년 7월 3일 충청북도 제천군 백운면 애련리에서 아버지 오재위의 4남 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원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탁번 시인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지냈다.


1966년 동아일보 동화부문, 1967년 중앙일보 시부문, 1969년 대한일보 소설부문 신춘문예로 3관왕으로 등단하였다.


1987년 제12회 한국문학작가상, 1994년 동서문학상, 1997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그밖에도 한국시협상, 고산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목월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문학상 특별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998년 시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했다.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2023년 2월 14일 향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시 소개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다
서울대학교나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동판 문패가 구릿빛 찬란하게 붙어있어서
누구나 그 대학의 이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으니
이 대학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 참 이상하다
이름도 없는 대학의 이름을 모두다 안다는 듯
아무도 이 대학의 이름을 물어본 사람도 없다
입학원서 들고 처음 찾아오는 고등학생들도
여기가 고려대학교 맞습니까 물어보지 않는다
매일 교문을 드나드는 수천 명의 학생들도
정문에 문패가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얼씨구절씨구 고려대학생 노릇 잘만 한다
그것 참 이상하다
개교한 지 일백 년이 다 되는 대학교 정문에
동판으로 만든 문패 하나 없다니?
그런데 정말로 더 이상한 일은
문패가 없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
늘 싱거운 짓 잘하는 오탁번 교수가 십년 전에
이 사실을 발견하고 학교당국에 그 내력을 물었다
아 그래요? 참 그렇구먼요 흐흐 정말 그런데요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은 다 마찬가지
모두들 저마다 가슴속에 남모르게
금빛의 문패 하나씩 영원히 간직하고 있다는 듯
구릿빛 문패는 통 생각도 없다는 듯
그것 참 이상하다
고려대학교
이 무명의 콧대 높은 선비들의 갓끈
아침 점심 저녁 때의 우리나라 흰 쌀밥처럼
아무 빛깔 없으면서도 모든 맛을 다 지닌

고려대학교 우리 대학교 그냥 대학교

 

 

 

 

 

 

 

폭설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

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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