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시인 소개
1955년 경상북도 영천군 (現:영천시)에서 태어났다. 1974년에 주식회사 현대중공업에 노동자로서 입사해 노동하다가 1984년 『민중시』 제1 집에 「지옥선」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노동해방문학》 편집위원을 지냈고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당한 적이 있다. 1984년에 등단하고서 대기업 공장 노동자 출신 시인으로서 크게 관심받아 왔고 혁명가이자 시인인 박노해 등과 함께 1980년대 노동을 주제로 시를 전문으로 지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보통과 다르게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노동문학사, 1990)는 1988년 말에서 1989년 초까지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 투쟁을 완결된 장시 한 편으로서 엮어 내어 주목받았고 ‘정치 조직을 이용한 노동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면서 노동계급의 투쟁을 바른대로 읊었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백무산은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면서 노동자가 단순히 생활하는 조건뿐만 아니라 자본의 폭력성을 대상으로 한 근원이 되는 비판이나 생태 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히면서 자본의 가치를 넘어서 사람의 근원에 천착한 바를 시에 담아낸다.
시집
1988년 《만국의 노동자여》, 도서출판 청사
1990년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노동문학사
1996년 《인간의 시간》, 창작과 비평사
1999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창작과 비평사
2003년 《초심》, 실천문학사
2004년 《길 밖의 길》, 갈무리
2008년 《거대한 일상》, 창작과 비평사
2012년 《그 모든 가장자리》, 창작과 비평사
2014년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년 《폐허를 인양하다》, 창작과 비평사
2020년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창작과 비평사 일화
1989년 제1회 이산문학상
1997년 제12회 만해문학상
2007년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산하 젊은 작가포럼
2009년 제2회 오장환문학상
2009년 제1회 임화문학상
2012년 제20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2015년 제17회 백석문학상
시 소개
정지의 힘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나도 그들처럼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비
나는 내린다
꿈은 언제나 솟아오르지만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처음엔 과열된 꿈을 식히는
존재의 낭만적인 속도는속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물보다 빠른 속도로 추락하더니
난파선처럼 자신을 허물기 시작했네
손에 들린 것 몸에 실린 것
애당초 몇 푼 되지 않은 것들
마음으로 들고 있던 억만금도 태산도 내던졌네
내던지고서야 속도가 늦추어지네
멈칫 비눗방울처럼 둥실 떠올랐네
그러자 바닥이 달려오네
사막과 타는 자갈밭이 달려오네
이마에 가까워오네
남은 일은 종말을 기다리는 일
산산이 부서지는 일
뛰어들 곳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안갯속에 어렴풋 잿빛 강이 보이네
안간힘을 다하고 눈을 찔끔 감았네
억겁 시간이 흘렀고 눈을 떴을 때
누군가의 따뜻한 두 팔에 안겨 있었네
출렁이는 젖가슴 같은 강이었네
송곳 같은 숙명을 둥글게 감아안은
강 같은 품이었네
하류로 흘러와 생은 기도처럼 숙연해져
낙하는 자의 품이 되기도 하고
흘러, 존재는 증발하고 흐름만 남기네
꿈을 꾸듯 숙명은 다시 쏟아져 내릴 것이네
다시 그리고 다시 매번 다르게
장작불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는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https://youtu.be/uWSmX81aQMo?si=BI5BNADzsO-3Mmaq
침묵
나무를 보고 말을 건네지 마라
바람을 만나거든 말을 붙이지 마라
산을 만나거든 중얼거려서도 안된다
물을 만나더라도 입 다물고 있으라
그들이 먼저 속삭여 올 때까지
이름 없는 들꽃에 이름을 붙이지 마라
조용한 풀밭을 이름 불러 깨우지 마라
이름 모를 나비에게 이름 달지 마라
그들이 먼저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인간은
입이 달린 앞으로 말하고 싸운다
말없는 등으로 기대고 나눈다
https://youtu.be/6k9lAYw_iZk?si=HxxQf3hl6RxLJEkq
사랑노래
뿌연 가로등 밤안개 젖었구나
사는 일에 고달픈 내 빈손
온통 세상은 비 오는 차창처럼
흔들리네 삶도 사랑도
울며 떠난 이, 죽어서 떠난 이
나도 모르네 떨리는 가슴도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공장 불빛은 빛을 바라고
술 몇 잔에 떨리는 빈 가슴
골목길 지붕 어두운 모퉁이
담장에 기댄 그림자 하나
어떻게 하나 슬픈 사람들아
뭐라고 하나 떨린 가슴으로
하나 없어라 슬픈 사랑노래여
심장에서 굳센 노래 솟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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