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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시인 소개와 시 7편 소개

 

김재진 시인 소개

 

김재진 시인은 조선일보(1993년)와 영남일보(1976년) 신춘문예, 작가세계 신인상에 소설과 시,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오랜 시간 글을 썼다.

 

시를 쓰면서도 시단과는 멀리 있고, 세속에 있으면서도 세속과는 거리를 두는 은둔자로서의 삶을 추구해온 그는 젊은 시절, 우연히 듣게 된 첼로 소리에 끌려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음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방송사 피디로 일하며 방송대상 작품상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돌연 직장을 떠나 바람처럼 떠돌며 인생의 신산辛酸을 겪었고, 글 쓰는 일과 함께 마음공부 전문방송 유나(www.una.or.kr)를 만들어 마음공부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김재진 시인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엄마냄새, 연어가 돌아올 때,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가야 그림움이 보일까,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실연가, 하늘로 가는 강, 엄마의 나무 등

어른이 읽는 동화 《어느 시인 이야기》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에세이집 《나의 치유는 너다》  

에세이집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장편소설 《달세뇨》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는 인생의 파란곡절을 겪을 대로 겪은 저자가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 속에 길어 올린 샘물과 같은 글로 가득하다. 아프고 가파른 인생의 언덕길을 함께 올라가는 수레바퀴처럼 이 책에 담긴 명징하고 따뜻한 글은 읽는 이의 어깨 위에 다정한 손 하나를 얹어놓는다.

 

 

 

 

 

 

 

 

 

 

만남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통째로 그 사람의 생애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아픔과, 그가 가진 그리움과

남아 있는 상처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이다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https://youtu.be/9or3n0jWJE4?si=RajOF2ncM7qWXOtg

 

 

 

 

치유

 

나의 치유는

너다

 

달이 구름을 빠져나가듯

나는 네게 아무 것도 아니지만

너는 내게 그 모든 것이다

 

모든 치유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 모두였고

 

내가 꿈꾸지 못한 너는 나의

하나뿐인 치유다

 

 

 

 

 

 

 

 

 

 

혼자라고 느낄 때

 

함께 가던 사람들 속에서 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

깜깜한 영화관에 앉아 막

불이 켜지고 흐릿해진 화면 위로

올라가는 자막 바라보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렇게

흐르는 눈물 닦아내고 있을 때

영화 속의 슬픔이 마음 속의 슬픔을

건드려 덧나게 할 때

비어 있는 방문을 도둑처럼 열고

상처받고 상처 내며 보낸 하루를

구겨진 편지처럼 가만 책상 위에 놓을 때

, 온종일 그렇게

함께 있어도 혼자라고 느낄 때

사랑아, 너는

내 속에 숨어 언제나 나를 보고 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세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 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세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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