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시 10편 소개
https://youtu.be/PHiY1p3TpAE?si=PjsRI63PIKeoOFc9
시월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시월
목필균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시월 이야기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ㄷㄹ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시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월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 나눔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시월에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시월의 기도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주소서
10월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원영래
누가 10월 심장을 쏘았기에
첩첩 산마다 선혈 낭자할까
골골 들녘마다 억새강이 흐를까
내 안 뜨겁게 달구던 피도 흘러나가
가슴 저며 시려 오는 걸까 임보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시월
목필균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시월 이야기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ㄷㄹ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시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월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 나눔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시월에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시월의 기도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주소서
10월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원영래
누가 10월 심장을 쏘았기에
첩첩 산마다 선혈 낭자할까
골골 들녘마다 억새강이 흐를까
내 안 뜨겁게 달구던 피도 흘러나가
가슴 저며 시려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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