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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시 8편

목련꽃 시 8편

 

4월의 노래

박목월

 

 

1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2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후렴)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에 대한 시 8편

 

 

 

https://youtu.be/pRf0ZHwBt2w?si=70ynZjzH8jIH6m1d

 

 

 

 

 

 

사월 목련

도종환

 

 

남들도 나처럼

외로웁지요

남들도 나처럼

흔들리고 있지요

 

말할 수 없는 것뿐이지요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것뿐이지요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월 목련

 

 

 

 

 

 

목련

윤보영

 

 

 

 

맑다

 

깨끗하다

 

곱다

 

 

목련꽃을 보다가

이말이 생각났읍니다

 

그대를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나왔던 말이

 

 

 

 

백목련

이해인

 

 

꼭 닫혀 있던 문이기에

더욱 천천히

조심스레 열리네

 

침묵속에 키워둔 말

처음으로 꽃피우며

 

하늘 보는 기쁨이여

 

누구라도 사랑하고

누구라도 용서하는

어진 눈빛의 여인

 

미운 껍질에 깨듯

부질없는 욕심을 밀어내고

눈부신 아름다움도

 

겸허히 다스리며

서 있는 모습 그대로

한 송이 시가 되는 백목련

 

예수 아기 안은 성모처럼

가슴을 활짝 열고

하늘을 담네

모든 이를 오라 하네

 

 

 

 

 

 

 

 

 

 

 

 

 목련

이정하

 

 

 

당신은 내게

만나자마자 이별부터 가르쳤지요

잎이 돋아나기도 전에

꽃이 지고 마는 목련처럼

 

당신은 내게

사랑의 기쁨보다 사랑의 고통을

먼저 알게 했지요

며칠간 한껏 아름답다가

끝내 속절없이 떨어지고야 말

저 목련꽃

 

겨우 알 만했는데

이제사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당신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렸네요

그렇게 훌쩍 떠나고 없네요

 

 

 

정끝별 시인
정끝별 시인

 

 

 

가지가 담장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의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었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가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꾸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하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의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목련

조희경

 

 

 

가냘픈 꽃봉오리

천사의 날개를 달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밤사이 꽃잎은

아무도 몰래

조용히 흔들리며 울었다

 

바람과 구름이

흔드는 것도 아니었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울면서 꽃 피우는 걸

모르고 있었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흔들리면서 꽃 피우는 걸

모르고 있었다

 

가냘픈 꽃송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조용히 날아가고 있었다

 

 

 

 

목련에 기대어

고영민

 

 

활짝 핀 목련꽃을 표현하고 싶어

 

온종일 목련나무 밑을 서성였네

 

하지만 봄에 면해 있는 목련꽃을

 

다 표현할 수 없네

 

 

 

목련꽃을 쓰는 동안 목련꽃은 지고

 

목련꽃을 말해보는 동안

 

목련꽃은 목련꽃을 건너

 

캄캄한 제 방()에 들어

 

천천히

 

귀가 멀고 눈이 멀고

 

 

 

휘어드는 햇살을 따라

 

목련꽃 그림자가 한번쯤 내 얼굴을 더듬을 때

 

목련꽃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봄 내내 나는 목련꽃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이

 

그저 꽃 다음에 올 것들에 대해

 

막막히 생각해보는데

 

 

 

목련꽃은 먼 징검다리 같은 그 꽃잎을 지나,

 

적막의 환한 문턱을 지나

 

어디로 가고

 

말라버린 그림자만 후두둑,

 

검게 져내리는가

 

 

 

 

눈부신

 

하냥 눈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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