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에 대한 시 7편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찔레꽃(Rosa multiflora)는 한국 중국 일본 원산의 장미과 장미 속 키 2m 정도의 낙엽성 떨기나무로, 가지에 어긋나는 깃꼴겹잎은 타원형 작은 잎이 5~9개 잎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으며 턱잎에는 빗살 톱니가 있고, 5월경 원추꽃차례로 모여 피는 흰색 또는 연홍빛 꽃은 향기가 있으며, 10월경 지름 8mm 정도의 둥근 열매는 붉은색으로 성숙한답니다.
https://youtu.be/sp3gSwWEsbI?si=ZjrjIiwavfPIZ5E5
찔레꽃
안도현
봄비가 초록의 허리를 몰래 만지려다가
그만 찔레 가시에 찔렸다
봄비는 하얗게 질렸다 찔레꽃이 피었다
자책, 자책하며 봄비는
무려 오백 리를 걸었다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https://youtu.be/dL9kKbv7pyE?si=49qVM2FtO-P1nPOQ
찔레꽃
이형기
찔레꽃 피고 지는 이 언덕 이고개
혼자 넘는 가슴에 함박눈 온다
가고 없는 사랑의 먼 그림자는
여름철 그윽한 찔레꽃 향기
설움도 잊었더라 이 모진 세파도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온 순정
헤어지는 오늘은 혼자 가려네
찔레꽃 한아름 가슴에 안고
그대의 복을 빌며 돌아서는 날
눈 내리는 자하문 추억의 터전
순정일로 외줄기 가고 또 가도
찔레꽃 피는 길은 끝이 없어라
찔레꽃의 전설
최영희
봄이면 산과 들에
하얗게 피어나는 찔레꽃
고려시대 몽고족에
공녀로 끌려간
찔레라는 소녀가 있었다네
십여 년 만에 고향 찾은 찔레 소녀
흩어진 가족을 찾아
산이며 들이며 헤매다
죽고 말았다네
그 자리에 피어난 하얀 꽃
그리움은 가시가 되고
마음은 하얀 꽃잎, 눈물은 빨간 열매
그리고 애타던 음성은
향기가 되었네
내 고향 산천 곳곳에 피어나는
슬프도록 하얀 꽃
지금도 봄이면
가시덤불 속
우리의 언니 같은 찔레의 넋은
꽃으로 피네
봄바람과 찔레꽃
곽재구
미워하지 마
사랑해 줘
철조망을 넘어온 봄바람이
찔레꽃 덤불에 앉으며 얘기했다
아파하지 마
고통이라고 절망이라고
증오라고 생각해 온 것들 그 모든
상실이라고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하여
다시 눈감고 생각해 줘
찔레꽃이 조용히 눈을 감으며
튀어나온 광대뼈에 눈불빛이 스쳤다
다시 안아줘
누구보다 아름답게 힘세게
부서지게 으스러지도록
다시는 우리 흩어지지 않도록
찔레꽃이 봄바람을 뜨겁게 껴안으며 얘기했다
해일처럼 남쪽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철조망 아래 쌓인 낡은 뼈들이
오래 아픈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미워하지 마
사랑해 줘
끝끝내 헤어질 수 없으니까
대지에 번져가는 봄바람 소리에
구멍 난 철모 녹슨 수류탄
마른 찔레덤불들이 다투어 피어 올라
서로의 가슴에 뜨거운 희망의 낙인을 찍었다
https://youtu.be/bYOL3icLWD0?si=jxt0QZz5jk47JS17
찔레꽃
신경림
아카샤 꽃냄새가 진한 과수원 샛길을
처녀애들이 기운 없이 걷고 있었다
먼지가 켜로 않은 이파리 사이로
멀리 실공장이 보이고 행진곡이 들리고
기름과 오물로 더럽혀진 냇물에서
아이들이 병든 고기를 잡고 있었다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나스도 마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 앉아
깊고 지친 기침들을 하는데
오직 한 그루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냇가 허물어진 방죽 아래 숨어 서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국을 울고 있었다.

찔레꽃
이해인 수녀님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찔레꽃
나태주
그립다
보고 싶다
말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풀리고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말하고 나면
마음이 더 놓인다
그런 뒤로 너는
꽃이 된다
꽃 가운데서도
새하얀 꽃
찔레꽃 되어
언덕 위에 쓰러져
웃는다
https://youtu.be/FBf6MhSwuYk?si=7IDK3X-GiwK2UTJ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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