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인 한기팔 시 3편 소개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한기팔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그 아득한 푸름 속을
새 몇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있네
온 천지가 한 색깔이니
날아갈 하늘이 없네
눈이 내리다 갠 날 아침
이 환한 화엄 속을
늙은 선승이 혼자서
길을 가고 있네
전 우주가 다 보이니
선과 악이 따로 없네
서귀포 2
한기팔
마당귀에
바람을 놓고
귤꽃
흐드러져
하얀 날
파도소리 들으며
긴 편지를 쓴다.
한기팔 시인 소개
한기팔 시인은 1937년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1975년 ‘심상’ 1월호에 ‘원경’, ‘꽃’, ‘노을’ 등이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중등교사 생활을 하면서 시작에 전념해 후진을 양성하는 등 서귀포 문학의 흐름을 이끌었다.
제주도 문학상, 서귀포시민상, 제주문학상, 탐라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장과 한국예총 서귀포지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서귀포’, ‘불을 지피며’, ‘마라도’, ‘풀잎 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肖像’, ‘말과 침묵 사이’, ‘별의 방목’, ‘순비기꽃’, ‘섬, 우화寓話’, ‘겨울삽화’ 등이 있으며, 시선집 ‘그 바다 숨비소리’가 있다.
올해 초 펴낸 시집 ‘겨울삽화’가 유작이 됐다.
출처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기팔
나는 늘
수평선(水平線) 바라보며 산다.
수평선 바라보며
사랑이 아픔처럼
마음에 그리는
선(線) 하나,
결국엔 아무데도 없는
선 하나 그어놓고
슬픔이랄까
그리움이랄까
다만 나 혼자 지닌 꿈처럼
연연한 그 선 안에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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