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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시인의 시 3편 소개 와 시인 소개

오세영 시인의 시 3편

 

 

1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1월

 

 

 

2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3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 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오세영 시인 소개

 

오세영 시인

 

 

 

1965년《현대문학》에〈새벽〉이, 1966년〈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잠 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1]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교수를 역임하였다.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철학적으로 노래하는 중견시인이자 교육자다.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1965년《현대문학》에〈새벽〉이, 1966년〈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잠 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첫 시집 반란하는 빛 출간 후 언어의 예술성에 철학을 접목시키는 방법론적 문제로 고민하던 시인은

동양사상, 특히 불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후 불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물의 인식을 통해 존재론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현대문명 속에서 아픔을 느끼는 인간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적 변모를 모색한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교수를 역임하였다.

 

1968년 서울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에 진학해 석사학위 및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충남대학교(1974~1981)와 단국대학교(1981~1985)에서 국문학을 강의하기 시작하여 1985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현대문학(현대시)을 강의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1985~2007),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열세 번째 시집 시간의 쪽배를 펴낸 시인은 절제와 균형이 미덕인 동양적 중용의 의미를 형상화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시집 별 밭의 파도소리,바람의 아들들을 출간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대상(문학 부문), 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녹원문학상, 편운문학상,

불교문학상, 고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