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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 소개 와 시 소개

장석남 시인 소개

 

장석남(張錫南, 1965년 8월 3일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인천시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2003~)로 재직 중이다. 신서정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장석남의 스승인, 시인 오규원은 장석남의 시를 “김종삼과 박용래의 중간 어디쯤이다. 귀중한 자리다.”라고 평했다.

 

1979-1981 : 인천남중학교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석남 시인

 

 

 

 


수상


1992년 제11회 「김수영문학상」
1999년 제44회 「현대문학상」
2010년 제10회 「미당문학상」
2012년 제23회 「김달진문학상」
2013년 제28회 「상화시인상」
2018년 제18회 「지훈문학상」
2018년 제28회 「편운문학상」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1991)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문학과 지성사, 1995)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김수영문학상> 수상작가의 시집.
저자
장석남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1995.04.01

 

 

 

《젖은 눈》(솔, 1998) 

 

 

 
젖은 눈
“가장 섬세한 것에서 가장 강력한 얘기를 채집해온”(황현산) 시인 장석남의 『젖은 눈』을 문학동네포에지 44번으로 다시 펴낸다. 1998년 처음 출간되었으니 24년 만의 반가운 만남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지성사, 1991)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변함없이 우리 시 서정의 한 극단을 지켜온 그다. 『젖은 눈』은 지금까지 출간한 여덟 권의 시집 중 세번째로,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제 시의 갈 길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서정의 출발지이자 본원을 돌아보는, ‘깊이 젖은 눈’으로 담아낸 시편들이다.
저자
장석남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3.31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과 비평사)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문학과지성사, 2005) 

《뺨에 서쪽을 빛내다》(창작과비평사, 2010)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 2017)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아늑한 불확실성 속을 뉘엿뉘엿 돌파하는 시편들. 서정시의 진경을 빚어내는 시인 장석남의 새 시집.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30년 동안 꾸준히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으로 고요한 낭만을 노래해온 대표 서정시인 장석남의 여덟번째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비움과 침묵을 통해 오히려 풍만해지는 시적 감동을 남긴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일상에서 정성스레 길어올린 사유와 특유의 아름다운 시어를 여전히 간직하면서도, 독특한 선적(禪的) 철학과 시적 뿌리의 탐구인 고대(古代)라는 새로운 화두를 선보인다. 가장 근원적인 인간,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골똘한 그가 펼치는 아늑한 서정의 순간들이 “이토록 사뿐하고 육중한 몸의 문답”(추천사, 권여선)으로 다가오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저자
장석남
출판
창비
출판일
2017.12.08

 

 

 

 

 

 

시 소개

 

 

 

 

 

봉숭아를 심고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후일 꽃이 피고 씨를 터뜨릴 때

무릎 펴고 일어나며

一生을 잘 살았다고 하면 되겠나

그 중 몇은 물빛 손톱에게도 건너간

그러한 작고 간절한 一生이 여기 있었다고

있었다고 하면 되겠나

이 애기들 앞에서

 

 

 

 

 

 

 

일모(日暮)

 

저기 뒹구는 것은 돌멩이

저것은 자기 그늘을 다독이는 오동나무

저것은 어딘가를 올라가는 계단

저것은 곧 밤이 되면 보이지 않을 새털구름

그리고 저것은 근심보다 더 낮은 데로 떨어지는 태양

화평한 가운데

어디선가 새소리 짧게 들리다 만다

오늘 저녁은 새의 一生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 시장기

 

 

 

 

 

 

 


가여운 설레임

 

내가 가진 돌멩이 하나는 까만 것

돌 가웃 된 아기의 주먹만 한 것

말은 더듬고 나이는 사마천보다도 많다

내 곁에 있는 지 오래여서 둥근 모서리에

눈이 생겼다

나지막한 노래가 지나가면 어룽댄다

그 속에 연못이 하나 잔잔하다

뜰에는 바람들 가지런히 모여서 자고

벚꽃 길이 언덕을 업어갔다

하얀 꽃융단이 되어 내려온다

어떤 설레임으로 깨워야 다 일어나 내게 오나

내게 가르쳐준 이 없고 나는 다만

여러 가지 설레임을 바꾸어가며 가슴에 앉혀보는 것이다

오, 가여운 설레임들

 

 

 

 

 

 

 

 

국화꽃그늘을 빌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마당에 배를 매다

 

마당에
녹음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 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세상에 온 모든 생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속에 쌓고 있는가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증
배를 풀어
쏟아지는 푸른 눈발 속을 떠갈 날이 곧 오리라
오, 사랑해야 하리 이 세상의 모든 뒷모습들 뒷모습들

 

 

 

 

 

 


강변 살고

 

사람들은 모두 강에 가 흘렀다

오래 묵은 상식과 집과 골목을 버리고

가장 깊은 하루를 흘렀다

강변엔 낮달이 걸리고

산 너머 소인이 찍힌 바람이

속속 도착하였다 뿌리가

순결한 나무들이 강심으로 허리를 던지고

자궁을 연 산그림자 사이로

사람들은 굽이굽이 물소리를 풀었다 간혹

피 묻은 뉴스들이 자갈처럼 가라앉고

물방울들이 중얼거리며 떠올랐다

모래언덕이 쌀쌀한 햇빛 아래

물은 흘러서 어디에 닿는지 의심치 않고

물소리가 가끔 강 밖으로 나가면 풀잎들은

마른 귀를 적셨다

강변 사는 날 저녁은 귀에

삘기꽃이 자욱했다

 

 

 

 

 

 

 

배를 매며

 

아무 소리도 없이

무슨 신호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깜짝 놀라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배를 매보는 일은 이 세상에서의 참으로 드문 경험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와닿는다

사랑은,
우연히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있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그리고 그 근처의 물결까지도 함께

매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 떠 있다

 

 

 

 

 

 


 저 많은 별들은 누구의 힘겨움일까

 

 

보푸라기 이는 숨을 쉬고 있어 오늘은
郊外에 나갔다가
한 송이만 남은 장미꽃을 보고 왔어

아무도 보지 않은 자국

선명했어
숨결에 그 꽃이 자꾸 걸리데

보푸라기가 자꾸만 일어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가슴 뜀일까

아스라한 맥박들이 자꾸 목에 걸리데

어머니,
"얘야, 네 사랑이 힘에 겨웁구나"
"예 어머니. 자루가 너무 큰걸요"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옛 노트에서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꽃밭을 바라보는 일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 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꽃이 졌다는 편지 

 

1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내 마음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2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 보기도 한다고

나는 오지도 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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