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상국 시인 소개와 시 10편 소개

이상국 시인 소개와 시 소개 

 

이상국 시인 소개

 

 

이상국 시인 소개

 

 

 

 

이상국(1946년 9월 27일~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40년간 한결같이 시를 써온 사람이며, 역사의 상처를 쓰다듬는 깊은 향기를 지닌 시인이다.


강원도 양양군 출신이며, 1976년 잡지 심상에 시 〈겨울추상화〉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유심지 주간, 백담사만해마을 운영위원장, 한국작가회의 강원지회장, 설악신문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강원지회장,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2014년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
2012년 제24회 정지용문학상

1999년 제1회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강원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희망에 대하여

 

 

어려서부터 나의 희망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 되는 것이었고
여태껏 그걸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 되지는 못하였으나
희망과 불화한 적은 없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나
희망에 지치기도 하였지만
희망은 남에게 줄 수도 없고
버려도 누가 가져가지도 않습니다

희망이 혼자인 것처럼

시도 늘 혼자입니다

 

 

 

 

 

나의 시

 

 

시가 늘지 않는다

꽃은 저 혼자서도 피었다 지고

송아지도 어미 말을 알아듣는데

시가 늘지 않는다

살다보면 사랑도 늘고 술도 늘고

이별도 늘어가는데

나의 시는 늘지 않는다

인생이 늘지 않는다

 

 

 

 

 

 

 

오래된 일

 

아주 오래전 일이다.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돼 숨을 놓은 조카를

형님이 안고 나는 삽을 들고 따라갔다.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그애를 새벽 솔밭에 묻고

여우들이 못 덤비게 돌멩이를 얹어놓고 온 적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살며 한 일 중

가장 안 잊히는 일이다.

 

 

 

시 아저씨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은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속수무책이다.
가내수공업인 시 공방(詩工房)의 주인으로 치자면

나도 사업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장은 아니다.
동네 문구점 주인이여
나를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어려서부터 말 따라 노래 따라

해 지고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을

사장은 무슨 사장,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바람처럼 낙타처럼
마을과 장터를 떠돌았으나

아직 동네에서조차 이름을 얻지 못한 나를

그냥 아저씨라 불러다오.
시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자본주의

 

언젠가는 오겠지.

떠드는 구름

피는 꽃

부는 바람

내리는 눈에도

돈을 내라는 날이 오겠지. ​

 

언젠가는.

 

 

 

 

 

휘영청이라는 말

 

휘영청이라는 말 참 좋다

어머니 세상 뜨고 집 나간 말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어머니가 걸어놓던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말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몰래 집 떠날 때

지붕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 보던 그 달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휘영청이란 말 여태 환하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다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

말 한 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계집애의 입 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달


휘영청이라는 말

 

 

 

 

 

 

 

동해북부선

 

 

오래 기다렸다.


길은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은 길을 기다렸다.


지구를 다 돌아도 차마 못 가고

아끼고 아껴둔 마지막 길,

 

언제 가면 못 가랴만
이 길로 우리는 더 갈 데가 있고

올 사람들이 있으니


꿈에 그리던 저 북관(北關), 통천 거쳐 문천 영흥 지나면 함흥이다. 함흥에서 냉면 먹고 덤비 북청 가면 거기서 반나절 나라 꼭대기 청진 나진 눈 내리는 국경을 넘어 유랑과 항일의 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절하자. 그리하여 천지를 뚫고 몇날 며칠 유라시아로 가자. 더 먼 아프리카로 가자.

 

가서 세계를 데리고 오자

 

 

 

 

 

 

 

 

겨울 아야진

 

진포(津浦) 가에 내리는 눈은 버려진 그물 위에 내리고

횟집 간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어판장 핏물 위에 쌓이고

북어 대가리에도 쌓이고
보망(補網)하는 어부들 어깨에도 쌓인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폐선에 모여

죽은 불가사리들의 꿈을 덮어준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종일 파도다방 창가에서 누굴 기다리기도 하고

민박집 굴뚝에 올라가 몸을 녹이기도 한다.

 

 

 

 

 

그때

 

헬렌 켈러는 희망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고 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던지

그 말이 내 속으로 밀물처럼 들어오던 때가 있었다.

 

 

 

 

 

나는 안 늙어요

어제 전차를 탔다

어떤 소년이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자 어른이 꾸짖었다

-네가 어른이 되면 아무도 너에게 양보를 안 해줄거야

-나는 안 늙어요

-안 늙는다니!
-우리는 곧 다 죽어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덕남 시인 : 스토킹  (0) 2026.03.03
이송희 시인 : 혀의 세계  (0) 2026.03.02
심승혁 시인 : 정글의 시간  (0) 2026.03.01
임효빈 시 : 나는 날마다 파혼한다  (0) 2026.02.28
임효빈 시 : 도서관의 도서관  (0)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