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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 소개와 시 소개

신경림 시인 소개

 

1955년 문학예술 '갈대', '묘비' 등의 작품이 추천돼 등단한 고인은 농민과 서민 등 기층 민중의 고달픔을 따뜻하고 잔잔한 감정으로 달래는 시들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한국의 대표 시인 중 한 명이다.

 

 

 

 

 

 

 

 

1935년 4월 6일 충청북도 충주군(현 충주시) 노은면 연하리 상입장에서 면서기를 지낸 아버지 신태하와 어머니 곡산 연씨 연인숙 사이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노은초등학교와 충주사범학교병설중학교, 충주고등학교,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24년 5월 22일 오전 8시 17분 항년 89세로 사망했다.


1956년에 등단하여 '낮달', '갈대', '석상' 등의 시를 발표하였다.


데뷔한 이래로 10여 년 동안 시를 쓰지 않았으나, 1965년 겨울 동료 시인이자 절친 김관식의 손에 이끌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면서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안 생활 형편이 어려워 동네 학원에서 영어 강사 일을 하면서 끼니를 이어야 할 지경이었다고도 한다.


이후 '원격지', '산읍기행', '시제', '농무' 등의 시를 발표하였으며 시학(詩學) 해설서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통해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소개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1973년 만해문학상, 1981년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에 부임했다. 동대입구역에서 동국대학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신경림 시인의 시비를 볼 수 있다.

 

 

 

 

시 소개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조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돼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를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동해바다 - 후포에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 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파장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 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 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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