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소개
정호승( 1950년 1월 3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중학교 1학년때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도시 변두리에서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다.
경희대가 주최한 전국고교문예 현상모집에서 “고교문예의 성찰”이라는 평론으로 당선되어 문예장학금을 지급하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으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등단하였다.
개인적 서정을 쉽고 간명한 시어와 인상적인 이미지에 담아냈다는 평으로, 소월과 미당을 거쳐 90년대 이후 가장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은 시인으로 꼽혔다. 민중들의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표출해 왔으며 관찰의 성실함과 성찰의 진지함으로 민중들의 애환과 시대의 문제를 시 속에 형상화하였다.
1987년 시선집 《새벽편지》, 1991년 《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은 20년 이상 판을 거듭하면서 젊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의 시는 민중적 서정성을 특징으로 꼽는데, 〈임진강에서〉는 민요적 운율감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시집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 비평사)
1982년 《서울의 예수》(민음사)
1987년 《새벽편지》 (민음사)
1990년 《별들은 따뜻하다》
1991년 《흔들리지 않는 갈대》 (미래사)
1997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1998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1999년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2003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열림원)
2004년 《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2007년 《포옹》(창비)
2010년 《밥값》 (창비)
2013년 《여행》 (창비)
2014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신개정판)(열림원)
2015년 《수선화에게》(비채)
2017년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2022년 《슬픔이 택배로 왔다》
그가 말하는 비극은 나이가 들며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친구의 투병 소식을 들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이별, '죽음'이다. 시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슬픔은 결국 이별을 말하는 거였다"며 "그중 죽음을 통한 이별이 가장 견딜 수 없는 이별"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6125
그는 아직도 쓰고 싶은 시가 많다고 했다. “저처럼 오래된 시인은 우물과 같아요. 자꾸 물을 길어내지 않으면 우물이 말라버립니다.” 시집에 실린 시 115편 중 9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에 새로 낸 작품이다.
이번 시집의 핵심 주제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첫 번째 수록 시 ‘낙과(落菓)’를 비롯해 ‘낙곡(落穀)’ ‘수의’ 등이 그렇다. “죽음은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떠올려보세요. 죽음이 그려지지 않나요. 시는 이런 ‘구체적인 비극’ 속에서 태어납니다. 시를 통해 비극은 비극대로 기록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위로를 건네려 합니다.”
그가 말하는 죽음은 종착지가 아니다. 육신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만들어낸 감정은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정 시인은 “사람에겐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며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자식들은 부모님이 생전에 보여준 사랑을 기억하며 살지 않느냐”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그가 죽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한국경제에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92670131
시 소개
꽃 지는 저녁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새점을 치며
눈 내리는 날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천원짜리 한 장 내밀고
새점을 치면서
어린 새에게 묻는다
나 같은 인간은 맞아 죽어도 싸지만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북한강에서
너를 보내고 나니 눈물 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다만
나야 할 때에 서로 헤어지고
사랑해야 할 때에 서로 죽여버린
너를 보내고 나니 꽃이 진다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기다리는 날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돌아갈 수 없는 저녁 강가에 서서
너를 보내고 나니 해가 진다
두 번 다시 만날 날이 없을 것 같은
강 건너 붉은 새가 말없이 사라진다
슬픔으로 가는 길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구두 닦는 소년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샛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담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담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히로히토에게
너는 죽어서도 죽을 수 없다
너는 죽어서도 우리가 용서할 수 없다
너는 죽어서도 무덤에 잠들 수 없다
너는 무덤에서도 살아서 죽어야 한다
한반도에 내뱉은 너의 가래침이
아직도 마르지 않았음을 나는 아노니
너는 죽어서도 죽은 자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너는 죽어서도 죽은 자의 웃음을 웃을 수 없다
너는 죽어서도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너와
남북한 집집마다 고개 숙여야 하노니
하느님은 우리보다 자비로우시다
죽음은 우리보다 평화로우시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용운 시인 소개와 시 소개 (0) | 2024.08.02 |
---|---|
신경림 시인 소개와 시 소개 (0) | 2024.08.01 |
시인 오장환 소개와 시 소개 (0) | 2024.07.27 |
괴테 소개와 시 소개 (1) | 2024.07.26 |
나혜석 소개와 시 소개 (0) | 20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