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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 3편과 시인 소개

 

김현승 시 3편 읽기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김현승 시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시인 소개

 

 

 

 

그는1932년 평양숭실전문학교에 입학하여 양주동, 이효석 교수의 강의를 열심히 들으며 습작활동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위장병이 생겨 학교를 휴학하고 부모가 있는 광주로 돌아와 요양하였는데, 이 위장병은 이후 평생 그의 지병이 되었습니다. 숭실전문 3학년인 만 21세에 쓴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 <동아일보> 1934년 5월 25일 자 문예란에 실림으로써 김현승은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등단 이후 그는 <동아일보>에 「새벽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일보>아침, <조선시단>묵상수제,

<동아일보>에 「새벽교실」, 교지 숭전에 「유리창」과 「철교」 등 1936년까지 모두 18편을연거푸 발표합니다. 이에 비평가 홍효민은 그를 "혜성처럼 나타난 시인"이라고 극찬했고, 그는 등단 초기부터 주목받는 시인이 됐습니다. 1936년 위장병이 재발하자 요양차 다시 광주로 내려온 그는 모교인 숭일학교 교사가 돼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소녀가 먼지처럼 자라는 동안
김현승 시인의 첫 신작 시집 『소녀가 먼지처럼 자라는 동안』. 인간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지독한 성찰이 함께하는 김현승 시인의 언어 공간으로 들어서면, 일상적인 세계에서 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낯선 얼굴과 그가 숨 쉬는 찰나의 숨결까지도 듣게 된다. 이렇듯 예민한 감수성과 윤리성의 오묘한 배합은 시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게 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서정적인 인식과 송곳같이 날카로운 비판이 함께하는 김현승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사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
김현승
출판
천년의시작
출판일
2014.06.27

 

 

 

1937년 3월, 출석교회에서 신사참배 거부사건이 일어났고 김현승은 주모자이자 사상범으로 체포돼 15일 이상 모진 고문과 학대를 당합니다. 그리고 대구 본심법원까지 끌려가서 벌금형을 받았고, 일제의 압력으로 숭일학교에서 파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와 여동생도 투옥돼 고문을 당하였고 결국 여동생은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여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 자신도 고문 후유증을 겪었고 신사참배 거부로 평양의 숭실전문학교도 폐교당하자 김현승은 등단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절필을 하게 됩니다.

 

절필 중이던 19382월 김현승은 기독교 장로의 딸 장은순과 결혼하였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도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어머니 양응도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족의 비극과 딸의 죽음으로 인해 몸이 몹시 쇠약해졌던 것입니다.. 김현승의 여동생이 죽은 다음 해의 일이었습니다.


19458월 15일 조국은 독립을 하였고 그는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전시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병에 걸렸지만 약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는 것을 보며 시

눈물을 썼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비극이 계속 닥쳐왔지만 김현승 시인은 계속 시를 썼습니다. 조선대학교 교수가 된 김현승은 광주 문우들과 동인지시문학을 창간(1953)하며 시를 썼고 고문당했던 친형이 후유증으로 병들어 죽는 것을 보며 시를 썼습니다.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신인상을 거부하며 시를 썼고 기나긴 독재정권 속에서 살며 시를 썼습니다.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혈압으로 쓰러졌으면서도 그는 계속 시를 썼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가며 그는 더욱 고독 속으로 침잠했지만 샘솟는 그의 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 속에서 태어난다는 깨달음의 꽃 '화중련'처럼 그의 삶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 순결하고 정제된 언어로 승화되었습니다.


다형 김현승은 김현승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고독』(1970), 『김현승전시집』(1974) 등 5권의 시집을 펴내며 총 275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그의 사후에는 유고 시집 마지막 지상에서』(1975), 산문집『고독과(197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84)가 나왔습니다.

 

 
김현승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한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시 선집이다.『김현승 시선』은 가을의 시인, 고독의 시인, 기도의 시인으로 대표되는 다형 김현승의 작품을 다룬다. 우리 시단의 대표적 종교시인이자 명상시인인 김현승의 시는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딪쳐야 했던 그의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독과의 치열한 사투 속에서 여과된 눈물의 결정체였으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보석이었다.
저자
김현승
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일
2012.10.25

 

그는 이후 광주를 떠나 숭전대학교 교수로 옮기게 되었고 고혈압에 의한 뇌졸중으로 쓰러져 향년 62세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산문집 겨울 까마귀에서 "나의 고향은 따스운 전라도의 남쪽 광주입니다... 양림동의, 아니 광주의 까마귀들은 그 크고 울창한 대숲에서 저들의 아침을 맞아 출발을 서둘렀고……"라고 쓰며 고향 광주와 양림동을 그리워했습니다.

 

 

 
가을의 기도
오랜 역사와 더불어 꽃피워온 얼ㆍ말ㆍ글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된 「한국대표 명시선 100」 김현승의 시집 『가을의 기도』. 절대 고독의 시인 김현승 시인의 대표시 50편을 담은 책다. 가을의 기도 , 플라타너스, 눈물 등 깨끗하고 정갈한 시어들로 감성의 찌끼기를 남기지 않는 걸로 유명한 그의 시는 우리를 기도의 제단으로 또는 고독의 세계로 안내한다. 외롭기는 하지만 어두운 곳은 아닌, 시심의 높은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저자
김현승
출판
시인생각
출판일
2013.07.29

 

 

 

 

광주 양림동

 

 


땅을 보며 걷는 버릇이 있던 그가 가끔 고개를 들어 바라보던 광주의 어머니인 무등산 기슭에는 어린 자식을 잃고 쓴 그의 시눈물이 시비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 호남신학대 교정 내에는 그의 또 다른 대표 시인가을의 기도가 새겨진 시비가 있습니다. 양림동에는 다형다방이 생겨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쓸쓸함 속 채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 남긴 시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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