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시인 소개와 시 소개
고형렬 시인 소개
1954년 11월 8일 강원도 속초(束草)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선친의 고향인 해남 삼산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십 대 후반에 방황하여 대구, 제주, 진도, 구례 등지를 떠돌아다녔다.
1974년에 군사분계선이 지나가는 고성군 현내면에서 지방행정공무원 생활을 하며 설악문우회『갈뫼』 동인활동을 하며 습작을 했고,『現代文學』(1979년)에 「장자(莊子)」 등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영등포구, 제17회 구상문학상 발표…고철ㆍ고형렬 시인 공동 수상
- 영등포구와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구상문학상’ - 구상(具常) 시인의 문학정신 계승 작품 선정…11월 28일 시상 - 고철 작가 ‘극단적 흰빛’, 고형렬 작가 ‘칠일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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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꽃씨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모든 꽃은 자신이 정말 죽는 줄로 안답니다
꽃씨는 꽃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신이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꽃들은 그것을 모르고 죽는답니다
그래서 앎대로 꽃은 사라지고 꽃씨는
또 다시 죽는답니다
모진 추위에 꽃씨는 얼어붙는답니다
얼어붙는 꽃씨들은 또 한 번 자신들이 죽는 줄로 안답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약속과 숙지가 없었습니다
오직 죽음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꽃씨들은
꽃을 피웠지만 다시 살아난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꽃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작년의 꽃을 모릅니다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
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달개비들의 여름 청각
낮달 아래 손 잘려 도회로 팔려 나간
둑 아래 청미나리 자랐던 무논 둑에 무리지었다
여름을 건너가던 달개비들이 물소리를 듣고 있다, 덩굴져
먼 저수지에서 해갈 방류를 하면
달개비들이 눈을 뜨고 꽃도 피우지 않고 물을 기다린다
차르르 차르르 한 번씩 꿀꺽, 물을 끊는 소리
온통 달개비들이 넌출거리는 물 마시는 물소리 듣는다
푸르르 푸르르 진저리 치고 온 머리를 흔들어대며
헉, 헉 저 물달개비들이 얼굴을 묻는 여름 개울둑 아래
자신들의 날갯죽지 속으로 숨어든다 부끄러운 듯
물을 튀기며 물속 흰 자갈들 밟고 튀는 햇살들
떨어질 듯 고개 깊이 숙이고,
해갈 속에 일제히 주먹을 쥐듯
그만 보라색도 아니고 백색도 아닌 큰 화개 위의
연하늘 색 꽃총상들 눈감고 꽃잎을 묶는다
조용히 있어야 집중되고 물이 올라온다는 걸 안 풀줄기들 물소리,
아 물달개비들 날개소리, 여름의 물 아우성
고무판 노란 오리발갈퀴가 뒤로 회똑 뒤집히면서
앗 몸이 출렁여, 온 태양의 들판엔 물질이 한창이다
햇살 속에 입맛을 돋우는 푸른 혓바닥 달개비 발바닥
청각에 풀을 들이고 마디 푸릇한 달개비 생을 추억할 적에
달개비들 청각은 녹색 시각에서 피어난다
물마디 굵도록 기갈 속에서만 네 동그란 입술은 통통해져
달개비들 넋 놓고 물을 먹는다, 독한 초록의 뿌리들
양가죽 빛의 목덜미를 하얗게 내놓고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고성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북천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눈이 내려도 찾아가지 않고 멀리서 살아간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바다가 넘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바다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북천과 바다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더는
멀어질 수 없을 때까지
나와 북천과 바다는 만날 수 없다
오늘도
그 만날 수 없음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며 길을 간다
너무 오래된 것들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의 영혼 속에 깊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성 북천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도
나는 몇 날 며칠 그 북천의 가을 물이 되어 흘러간다
다섯 살 때의 바다로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른다섯 때의 아침 바다로
다 말하지 못한 것들만 거울처럼 앞에 나타난다
꽃의 통곡을 듣다
꽃의 통곡을 듣다
밖에서 누가 부르니까 꽃이 피는 겁니까
누가 찾아왔다 간다 나를 찾아올 사람들은 죽었는데
주먹을 자기 얼굴 앞에 가만히 울리고
가운뎃손가락 마디로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한다
먼 곳이다 작년의 그루터기와 얼음을 밟고 오는
그 신의 증인들일까
나는 대답을 놓쳤다 안에 주인 분 아니 계십니까
혀는 있는데 언어가 없어 대답할 수 없었다
물은 고여야 침묵한다
방문이 실례가 된 적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나는 오늘 안에 있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다
안에서 부름켜가 인간의 마음을 듣고 있었다
숨어 있는 것이 있다면 대답 않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꽃이 오는 길이 매우 춥고 그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던 침묵의 흐름입니까
그림 밖에서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은 피는 것입니까
하지만 가지에 저렇게 많은 꽃이 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표시가 아니겠습니까
등뒤에 그리고 뇌 속에
그들이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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