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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읽는 시 10편

크리스마스에 읽는 시 10편

 

크리스마스에 읽는 시 10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이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성탄 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보트 프루스트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서
내가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당나귀는 농가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흰 당나귀 방울을 흔들어 쩔렁거린다.
방울 소리 외에는 숲을 쓸어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하늘거리는 눈송이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운데
그러나 나에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박화목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바닥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김현승

 



동청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는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성탄절을 앞두고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2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 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경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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