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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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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詩)들 12월의 시들   12월 저녁의 편지안도현 12월 저녁에는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12월의 시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처마끝마다 매달린천근의 어둠을 보라오둠이 길을 무너뜨린다길가에 쓰러져 있는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버린다 거기엔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어둠의 딸인 새벽과그것의 젊은 어머니인아침이 거기엔아직 눈매 날카로운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떠날 때를 기다려달빛 푸른 옷을 갈아 입으려..
가을에 관한 시 10편 가을 시 10편         익어가는 가을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열매가 익어가네시간이 흐를수록우리도 익어가네익어가는 날들은행복하여라말이 필요 없는고요한 기도가을엔 너도 나도익어서 사랑이 되네       당 신김용택 ​작은 찻잔을 떠돌던노오란 산국(山菊)향이아직도 목젖을 간질입니다.마당 끝을 적시던호수의 잔 물결이 붉게 물들어그대 마음 가장자리를 살짝 건드렸지요.지금도 식지 않은 꽃향이가슴 언저리에서 맴돕니다.모르겠어요.온몸에서 번지는 이 향(香)이山菊내음인지당신 내음인지...나, 다 젖습니다.      ​​ 들국화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애기 들국화.​​바람도 없는데괜히 몸을 뒤 뉘인다..​​가을은다시 올 테지.​​다시 올까?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지금처럼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