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양연화'에 관한 시 3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 특히 젊고 찬란한 순간을 의미합니다.

 

 

-화양(花樣): 꽃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

-연화(年華): 세월, 인생의 한 시기

  • 합치면 **“꽃처럼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인생의 시절”**이라는 뜻이에요.

 

  • 단순히 행복한 시기뿐 아니라
  • 지나가버리는 순간이라 더 소중한 청춘이라는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 그래서 약간 아련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도 있어요

 

 

 

 

화양연화에 관한 시

 

 

 중국 영화 '화양연화' ost

https://youtu.be/bOq_jnvDXV8?si=ZA70m5V_sHrD8o92

 

 

 

 

 

화양연화(花樣年華)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 김사인,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 2015)

 

 

화양연화(花樣年華)

이병률

 

 

줄자와 연필이 놓여 있는 거리

그 거리에 바람이 오면 경계가 서고

묵직한 잡지 귀퉁이와 주전자 뚜껑 사이

그 사이에 먼지가 앉으면 소식이 되는데

뭐 하러 집기를 다 덜어내고 마음을 닫는가

 

전파사와 미장원을 나누는 붉은 벽

그 새로 담쟁이 넝쿨이 오르면 알몸의 고양이가 울고

디스켓과 리모컨의 한 자 안 되는

그 길에 선을 그으면 아이들이 뛰어노는데

뭣 때문에 빛도 들어오지 않는 마음에다

돌을 져 나르는가

 

빈집과 새로 이사한 집 가운데 난 길

그 길목에 눈을 뿌리면 발자국이 사라지고

전봇대와 옥탑방 나란한 키를 따라

비행기가 날면 새들이 내려와 둥지를 돌보건만

무엇 하러 일 나갔다 일찌감치 되돌아와

어둔 방 불도 켜지 않고

퉁퉁 눈이 붓도록 울어쌌는가

 

- 이병률,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화양연화

류시화

 

 

나는 너의 이마를 사랑했지

새들이 탐내는 이마

이제 막 태어난 돌 같은 이마

언젠가 한 번은 내 이마였던 것 같은 이마

가끔 고독에 잠기는 이마

불을 끄면 소멸하는 이마

 

스물두 살의 봄이었지

새들의 비밀 속에

내가 너를 찾아낸 것은

책을 쌓아 놓으면 둘이 누울 공간도 없어

거의 포개서 자다시피 한 오월

내 심장은 자주 너의 피로 뛰었지

나비들과 함께 날들을 세며

 

다락방 딸린 방을 얻은 날

세상을 손에 넣은 줄 알았지

넓은 방을 두고 그 다락방에 누워

시를 쓰고 사랑을 나누었지

슬픔이 밀려온 밤이면

조용한 몸짓으로 껴안았지

 

어느 날 나는 정신에 문제가 찾아와

하루에도 여러 번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다락방 벽에 썼지

너는 눈물로 그것을 지우며

나를 일으켜 세웠지

난해한 시처럼 닫혀 버린 존재를

 

내가 누구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지

훗날 인생에서 우연히 명성을 얻고

자유로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그때가 나의 화양연화였지

다락방 어둠 속에서 달처럼 희게 빛나던

그 이마만이 기억에 남아 있어도

 

- 류시화,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문학의숲, 201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복 시인의 시 '그대 가까이'  (0) 2026.04.09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시인의 시 5편  (2) 2026.04.01
찔레꽃에 대한 시 7편  (0) 2026.03.31
진은영 시인 시 9편  (0) 2026.03.27
매화에 대한 시  (0)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