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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시와 시인 소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

 

 

윤동주 시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자 화 상 (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쉽게 씌어진 시 (詩)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프랑시스 잠',‘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도 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 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窓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드려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 과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다 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이 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 일가、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작고 부는데

내발이 반석우에 섰다。

 

강물이 작고 흐르는데

내발이 언덕우에 섯다。

 

 

 

 

윤동주

 

 

 

 

 

 

 

 

윤동주 시인 소개

 

윤동주(尹東柱, 1917년 12월 30일~1945년 2월 16일)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이다. 본관은 파평(坡平), 아호는 해환(海煥)이다. 1917년 12월 30일 동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본적은 함경북도 청진 시 포항동 76번지이다.

 

명동촌은 동간도의 척박한 땅이었지만 1899년 함경도 출신의 김약연, 김하규, 문병규 등이 140여 명의 식솔을 이끌고 동간도로 집단 이주한 후 윤동주의 조부인 윤하현 등이 합류하면서 '동방을 밝히는 곳(明東村)'이라는 뜻을 지닌 동간도 최대의 한인촌을 형성했다.

 

명동학교(明東學校)에서 수학하였고, 광명중학교와 서울 연희전문학교(延禧專門學校)를 졸업하였다. 연희전문학교 2학년 재학 중 소년(少年) 지에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일본에 건너가 1942년 교토 도시샤 대학 (同志社大學)에 입학하였다. 1943년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福岡刑務所)에 투옥, 100여 편의 시를 남기고 27세의 나이에 옥중에서 요절하였다.

 

사인이 일본의 소금물 생체실험이라는 견해가 있고 그의 사후 일본군에 의한 마루타, 생체실험설이 제기되었으나 불확실하다. 사후에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었다.

 

일제강점기 후반의 양심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으며, 그의 시는 일제와 조선총독부에 대한 비판과 자아성찰 등을 소재로 하였다. 고종사촌형인 송몽규 (宋夢奎)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하려다가 체포되어 일제의 생체 실험 대상자로 분류되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의 창씨개명 '히라누마'가 알려져 1990년대 후반 이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명 외에 동주(童柱)와 윤주(尹柱)라는 필명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