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이 해인
햇빛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가고
안 계신 이 세상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일 년 내내
꼬까옷 입고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네요
식구들 모두
패랭이꽃처럼 환히 웃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설날 떡국
정연복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산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
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 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설날의 기도
김덕성
우리 고유의 설날
새 아침 태양은 솟는다
근엄하게 떠오르는 태양 빛
이제 마음에서 빛나게 하소서
구태를 벗어버리고
악한 것은 모양이라도 버리고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수정 같이 삶이 되게 하소서
어떤 일에도 비굴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면서 사는
건강한 삶이 되게 하소서
사랑으로 여는 희망의 해
알차고 보람 있는 삶으로
큰 뜻을 품고 떠나게 하시고
유종의 미를 걷게 하소서
설날
양광모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이 세상 가장 신명 나는 축제
삼천리 방방곡곡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고
윷놀이를 벌이면
눈은 차가웁게 쌓여 있어도
마음에는 성큼 봄이 찾아와
새해에는 더욱 아름다우세요
새해에는 더욱 활짝 피어나거라
이 세상 가장 따뜻한 기도를
주고 받는다

어머니의 새해 강령
박노해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들
장작불에 데운 물로 목욕을 시킨 후
문기둥에 세워놓고 키 금을 새기면서
봐라, 많이도 자랐구나
어서어서 자라나거라
함박꽃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깨끗이 빨아 다린 설빔으로 갈아입힌 후
둥근 상자에 앉혀놓고 떡국을 먹이며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서 모아낸
저축통장을 펴보이며 봐라
우리 집 희망통장이 많이 늘었단다
올해도 열심히 공부해 진학하거라
햇살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형제자매에게
키가 얼마나 더 자랐는지 키 금을 재지도 않고
돈을 얼마나 더 모았는지 통장을 펴보지도 않으시네
올 설날 아침에도 둥근 상에 모여 앉아
떡국을 나누어 먹이시며
올해도 많이 웃고 건강하거라
욕심내지 말고 우애를 키우며 겸손하거라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거라
또 한 해를 살아갈 강령을 선포하시네
이제 어머니는 내 키가 한 뼘 더 컸다고 하면
기쁨이 아니라 병원부터 가보라 하실 거고
대박 터진 통장을 내밀며 자랑하면
근심 어린 얼굴로 걱정부터 하시리라
이만큼 어른이 되고 밥 먹고 살면서도
오직 성공과 부자와 경제성장에만 매달린다면
사랑도 행복도 영혼의 키도 줄어드는 거라며
눈길
정호승
의자에 쓰러질 듯 앉은
아흔 노모에게 마지막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지 못했다
나는 아직 세뱃돈을 받고 싶은데
이제 아무한테도 세뱃돈을 받을 데가 없다
아파트 앞마당
산수유 붉은 열매를 쪼아 먹는
새에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산수유나무아래 아이들과 신나게 세워둔
눈사람한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줄 것인가
새해 아침에 함박눈은 자꾸 내리는데
세뱃돈을 받으러
어머니가 가신 먼 눈길을 걸어가는 내가
눈보라에 파묻힌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가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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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 노래 | 양인옥
페북에 틈틈이 썼던 시들입니다.매일 똑같은 일상들을 다르게 보고다르게 생각하고다르게 느껴보며Sns 친구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재미로 한 편 한 편 쓰다보니 많은 Sns친구들과 진솔한 소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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