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시인 소개
박재삼(朴在森, 1933년 4월 10일~1997년 6월 8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생애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경상남도 삼천포로 이사를 와 그곳에서 자랐다. 삼천포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53년 시조 〈강물에서〉를 모윤숙 추천으로 《문예》 11월호에 발표했고, 1955년 《현대문학》에 유치환 추천으로 〈섭리〉를, 서정주 추천으로 〈정숙〉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62년에 첫 시집 《춘향이 마음》(신구문화사)을 낸 이래 시선집을 포함하여 열대여섯 권의 시집을 세상에 펴냈다. 1955∼1964년 월간 《현대문학사》 기자를 거쳐서 1965∼1968년 《대한일보》 기자, 1969∼1972년 《삼성출판사》 편집부장, 《문학춘추》 기자, 월간 《바둑》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1974년에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과 1993년에 새로이 창간된 계간 《한겨레문학》 초대편집위원을 역임했다. 1997년 지병에 시달리다 향년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 12월에 치러진 2017학년도 중등교원임용시험 국어과 1차 시험에서 그의 시 '봄바다에서'가 출제되었다.
수상 경력
고등학생 때 제1회 개천예술제에서 차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참고로 이때 장원이 이형기 시인. 제2회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시인협회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 활동
1962년 첫 시집 『춘향이 마음』
시집 『햇빛 속에서』(1970),
『천년의 바람』(1975),
『어린 것들 옆에서』(1976),
『추억에서』(1983),
『아득하면 되리라』(1984),
『내 사랑은』(1985),
『대관령 근처』(1985),
『찬란한 미지수』(1986),
『바다 위 별들이 하는 짓』(1987),
『박재삼 시집』(1987),
『사랑이여』(1987),
『울음이 타는 가을강』(1987),
『다시 그리움으로』(1996),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1997) 등 다수의 시집과 시 선집을 간행하였다.
수필집으로는 『울밑에 선 봉선화』(1986), 『아름다운 삶의 무늬』(1987), 『슬픔과 허무의 그 바다』(1989) 등이 있다.
시 소개 : 10편
울음이 타는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 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 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병상에서
아무리 눈으로 새겨 보아도
별은 내게는
모가 나지 않네
그저 휘황할 뿐이네.
사랑이여 그대 또한
아무리 마음으로 그려보아도
종잡을 수 없네
그저 뿌듯할 뿐이네.
이슬 같은 목숨인 바에야
별을 이슬같이 볼까나.
풀잎 같은 목숨일 바에야
사랑을 풀잎같이 볼까나.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허무의 내력
늘 돈은 조금만 있고
머리맡엔 책만 쌓이고
그 책도 이제는
있으나마나 한데
땅 밑에
갈 생각만 하면
나는 빈 것뿐이네.
춘향이 마음
뉘가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움직일 줄 아는 내 마음 꽃나무는
내 얼굴에 가지 벋은 채
참말로 참말로
사랑 때문에
햇살 때문에
못 이겨 그냥 그
웃어진다 울어진다 하겠네.
추억에서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 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아름다운 사람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은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달이 높이 뜬 날은
별들은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을 보며 고개 숙인
아름다운 사람아
그리움
나뭇잎은 햇빛에 싱싱하게 윤이 나고
그와 비슷한 촌수로
물결은 더욱 빛나는 무늬를 끊임없이 빚고
또한 바람은 연방 그리운 것 외에
불 줄밖에 모르는 이것들,
천날 만날 한결같은
오, 이것들을 보아라.
물방울처럼 스러졌다가 이어져
마음은 움직이는 것을 통하여
사랑의 연습만을 부지런히 하고
그것을 영원토록
지치지 않고 하겠다는
그것 말고 나는 볼 수가 없구나
참으로 환장할 일은 이것이로다
간절한 소망
나무는 떨어낼 것을
다 떨어낸 다음
엷은 눈옷이나 쓰고
쌀쌀한 하늘의 가락에 맞추어
잔가지가 노래하는 것
그것만이 남았다.
내 몸에도 쓸데없는 것은
체로나 걸러낼까
그리하여 앙상하고 여윈 대로
내 겨레 내 강산을 아끼고 기리는
그것만이 남거라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세상을 몰라 묻노니
아무리 눈으로 새겨 보아도
별은 내게는 모가 나지 않네
그저 휘황할 뿐이네
사랑이여 그대 또한
아무리 마음으로 그려 보아도
종잡을 수 없네
그저 뿌듯할 뿐이네
이슬 같은 목숨인 바에야
별을 이슬같이 볼까나
풀잎 같은 모숙일 바에야
사랑을 풀잎같이 볼까나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https://youtu.be/eb2GlnIdz3o?si=RycugYY-OJYPZxpo
https://youtu.be/g-4fAbHJ5w8?si=xT1aGMyUz7jZYWcP
https://youtu.be/GF8VXn-BKsQ?si=_GbvRs9DDbIA-Y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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