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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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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만해문예대상 '천양희' 시인의 시와 시인 소개 천양희 시인의 시와 시인 소개 저 모습 하루를 살다 죽는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 위해 천일을 물 속에서 보낸다 스무 번도 넘게 허물을 벗는다 하루를 살기 위해 일주일을 살다 죽는 반딧불은 일주일을 살기 위해 수컷을 유혹해 알을 갖는다 꽁지에 불을 뿜고 날아다닌다 일주일을 살기 위해 허물도 벗지 않고 불도 뿜지 않고 오십 년도 넘게 잘도 사는 나여 파지(破紙) 그 옛날 추사(秋史)는 불광(佛光)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 위해 버린 파지가 벽장에 가득했다는데 시(詩) 한 자 쓰기 위해 파지 몇 장 겨우 버리면서 힘들어 못 쓰겠다고 증얼거린다 파지를 버릴 때마다 찢어지는 건 가슴이다 찢긴 오기가 버려진 파지를 버티게 한다 파지의 폐허를 나는 난민처럼 지나왔다 고지에 오르듯 원고지에 매달리다 어느 땐 파지를 팔지로..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인물소개 1942년 1월 21일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대학 3학년 재학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박두진문학상, 공초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다.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수상 1996 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