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 (3) 썸네일형 리스트형 9월에 관한 시 9편 9월에 관한 시 9편 구월이 와도 이재무 구월이 와도 멀어진 사람 더욱 멀어져 아득하고 가까운 사람의 눈길조차 낯설어가고 구월이 와도 하늘은 딱딱한 송판 같고 꽃들은 피면서 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더위 상한 몸 더욱 지치게 하네 구월이 와도 새들의 날개는 무겁고 별들은 이끼 낀 돌처럼 회색의 도화지에 박혀 빛나지 않고 백지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이제는 먼 곳의 고향조차 그립지 않네 구월이 와도 나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가는 세월의 앞치마에 때만 묻히니 나를 울고 간 사랑아. 나를 살다간 나무야 꽃아 강물아 달아 하늘아 이대로 죽어도 좋으련, 좋으련 나는 9월과 뜰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 커피에 대한 시 10편 그냥 커피오탁번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를 마시는 토요일 오후 산자락 옹긋옹긋한 무덤들이 이승보다 더 포근하다 채반에서 첫잠 든 누에가 두잠 석잠 다 자고 섶에 올라 젖빛 고치를 짓듯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 마시며 저승의 잠이나 푹 자고 싶다 그렇게 소중했던가이성복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 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 여름 시 10편 소개 여름에 관한 시 소개합니다 1 쓸쓸한 여름 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사 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2 여름 일기 이해인 사람이 나이 들면고운 마음 어진 웃음 잃기 쉬운데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가 들어도 어찌그리푸른 기품 잃지 않고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당신 그늘 아래 오래 오래 앉아서당시의 향기를 맡습니다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고 싶어시원한 그늘 떠날줄을 모릅니다당신처럼 뿌리가 깊어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넓은 사..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