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무

(2)
9월에 관한 시 9편 9월에 관한 시 9편     구월이 와도 이재무 ​구월이 와도 멀어진 사람 더욱 멀어져 아득하고 가까운 사람의 눈길조차 낯설어가고 구월이 와도 하늘은 딱딱한 송판 같고 꽃들은 피면서 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더위 상한 몸 더욱 지치게 하네 구월이 와도 새들의 날개는 무겁고 별들은 이끼 낀 돌처럼 회색의 도화지에 박혀 빛나지 않고 백지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이제는 먼 곳의 고향조차 그립지 않네 구월이 와도 나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가는 세월의 앞치마에 때만 묻히니 나를 울고 간 사랑아. 나를 살다간 나무야 꽃아 강물아 달아 하늘아 이대로 죽어도 좋으련, 좋으련 나는 ​​​​​​​​9월과 뜰 오규원 ​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
여름비에 관한 시 10편 여름비에 관한 시 소개  소나기 곽재구  저물 무렵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알지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 쉼을 하다가사람들은 알지자신을 속인다는 것이얼마나 참기 힘든 걱정이라는 것을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그 소나기에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비 갠 여름 아침 김광섭 비가 갠 날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녹음이 종이가 되어금붕어가 시를 쓴다           여름비 한 단 고영민  마루에 앉아여름 비를 본다발밑에 하얀뿌리 끝이 하얀대파 같은 여름비빗속에 들어초록의 빗줄기를 씻어 묶는다대파 한 단열무 한 단부추 시금치 한 단 같은그리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