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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시인 : 마당에 앉아 있으면

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철

 

 

별이 찾아오는 시간은 고요하다

 달 찾아오는 시간은 더 고요하다 

다저녁
마당에 앉아 있으면 그걸 금방 안다


눈 감고 있으면 고요하다 

귀 감고 있으면 더 고요하다

 천 년이 그랬던 것처럼 

고요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저쪽에는 저쪽의 고요가 있다 

이쪽에는 이쪽의 고요가 있다

 저 산에는 저 산의 새가 있다 

이 산에는 이 산의 새가 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군이 울면서 지났을 테고

파랑새가 파랑(波浪)을 견디며 지났을 테고

대포나 수류탄도 지났을 테고

역병의 팬-데-믹 같은 녹두꽃 지났을 테고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그저께같이 개망초꽃 피었다 

내 몸에도 고요가 생겨서인지

 소나기 구르는데도 참견하지 않았다

 다소 쓸쓸하지만
나는 마당하고 고요가 참 좋다

 

 

 

고철 시인

 

 

 

 

고철의 극단적 흰빛은 드문 경험과 상상력의 소산이다. 소수자로 성장하면서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경험을 생생한 온몸의 리듬으로 빚어냈다. 단지 경험의 특수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각별한 경험이 존재의 비애극을 웅숭깊게 환기한다는 것, 일상에 곰팡이처럼 퍼져 있는 거짓과 위선의 허물을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가슴으로 성찰하게 한다는 것, 존재의 비애극을 눅진하지 않게 심지어 희극미를 가미하여 돌직구처럼 표현하는 상상력의 주름이 어지간하다는 것, 등 여러 점에서 심사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 : 이상국,김경미,박형준, 우찬제,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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