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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시인 소개와 시 소개

김해자 시인 소개와 시 소개

 

김해자 시인 소개

 

김해자 시인은 한국 민중시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을 통해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생애 및 경력

 

김해자 시인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시를 썼습니다. 1998**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이후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하였습니다.

 

그의 주요 시집으로는 무화과는 없다, 축제, 해자네 점집, 니들의 시간등이 있습니다

 

 

문학적 주제

 

김해자 시인의 작품은 주로 사회적 이슈와 인간의 고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노동운동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시로 기록하며, 현실의 비극을 직시하는 냉철한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수상 경력

 

김해자 시인은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전태일문학상 등 여러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의 문학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수상 경력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활동

 

2023년에는 여섯 번째 시집 니들의 시간을 출간하였으며, 이 시집은 인간과 비인간을 넘나드는 리얼리즘의 시 세계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김해자 시인은 여전히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이러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해자 시인은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를 통해 우리는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실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해자 시

 

 

 

 

김해자 시인의 시 9편 소개

 

 

 

 

 

어두운 한낮 산사에 갔다

 

해탈문 지나 무량수전 처마 밑에

죽지 접고 졸고 있는 새의 무연한 시선에

풍경 소리 날아와 부딪히는데 그

순간 석가모니처럼 반개(半個)

새의 눈에 엷은 미소가 번졌는데

나는 왜 배롱꽃처럼 얼굴 붉혔을까

 

내 평생 더듬거리다 보면

절로 안겨 오는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온몸이 귀가 되고 눈이 되어

제 말이 없어진 천수천안보살처럼

다 타고도 바람 속에 묻어나는 향

울려 퍼지는 풍경 빚을 수 있을까

말 속에 절이 깃들듯

절 속에 말이 숨 쉬듯

 

 

'무화과는 없다' 중

 

 

 

 

 

봄꽃

 

 

봄꽃은 꽃으로 먼저 피어난다는 것을

꽃 지고 난 아랫자리 그제야

파릇한 잎 돋아난다는 것을

나는 한참 커서야 보게 되었다

따스한 꽃의 계절 스쳐 가고

갈퀴 바람에 알몸으로 서 있어도

여전히 온몸 흔들리며 살아 있음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때로 풍 설에 못 이기어 잔가지 부러지고

전지의 손길 아프게 훑어 가도

뿌리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보인다 꽃 속에 뿌리가

잎도 가지도 통째로 보인다

씨앗이 보인다 생명이 보인다

젊은 시절 한참 보내고 나서야

부끄레이 나무와 만나게 되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화과는 없다' 중

 

 

 

 

한없이 기쁘고 가벼웁게

 

 "엎드려 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게 시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시라는 것이 다큐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아니 어떤 시도 현실보다 아프거나 슬프지 않아요.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위로 먹고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사람들, 처자식과 부모를 굶어 죽이거나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거나 둘 중 하나를 날마다 결단해야 살 수 있는 삶, 호랑이가 어디서 출몰할지 알 수 없는 맹그로브 숲으로 꿀 따러 가는 사람들, 엄마가 죽은지도 모르고 엄마 젖꼭지를 빨다 우는 아기를 보면.....

   우리가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싸돌아다니고 내다버리는 동안, 말과 소와 양들은 폭설로 죽어 나자빠지고 문명의 바퀴에 으스러집니다. 양을 몰던 소녀의 엄마와 열 두살 '푸지에'는 약 한 번 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시는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물건인가요."

-김해자,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티재, 2022)> 중' 한엾이 기쁘고 가벼웁게' 부분



스스로 그러하게


밤새 비 내린 아침
옥수수 거친 밑동마다
애기 손톱만 한 싹이 돋아났다
지가 잡초인 줄도 모르고, 금세 뽑혀질 지도 모르고
어쩌자고 막무가내로 얼굴 내밀었나
밤새 잠도 안 자고 안간힘을 썼겠지
푸른 심줄 투성이 저 징그러운 것들,
생각하니 눈물 난다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게 솟아오른 저 순한 새순 앞에
우리네 시끌벅적한 생애는 얼마나 엄살투성인가
내가 사람으로 불리기 전에도 잠시 왔다 가는
이승의 시간 이후에도 그저 그러하게
솟았다 스러져 갈 뿐인 네 앞에
너의 부지런한 침묵 앞에
이 순간 무릎 꿇어도 되겠는가

- 김해자, <축제, (애지, 2007)> 중 

 

 

 

 

축제


물길 뚫고 전진하는 어린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
제각각 한 자리를 잡아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
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도 되면서 한몸 이루어
물길 헤쳐 나아가는 늠름한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난바다 물너울 헤치고 인도양 지나 남아프리카까지
가다가 어떤 놈은 가오리 떼 입 속으로 삼켜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군함새의 부리에 찢겨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거대한 고래 상어의 먹이가 되지만
죽음을 삼키는 마지막 순간까지 벙글벙글 춤추듯
나아가는 수십만 정어리 떼,
끝내는 살아남아 다음 생을 낳고야 마는
푸른 목숨들의 일렁이는 춤사위를 보았는가
수많은 하나가 모여 하나를 이루었다면
하나가 가고 하나가 태어난다면
죽음이란 애당초 없는 것
삶이 저리 찬란한 율동이라면
죽음 또한 축제가 아니겠느냐
영원 또한 저기 있지 않겠는가

-김해자, <축제, (애지, 2007)>  중 

 

 

 

"일하지 않는 자여, 맛있게 먹어라"-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이 구호는 병들었다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도 모르고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진 노동은 시체를 쌓는 강
고용과 합체가 되어버린 노동은 죽음의 춤사위
해서는 안될 일, 하지 않는 자여 맛있게 먹어라
그댄 뇌물과 청탁을 받을 의자도
비리와 조작을 지시할 상관도 끈도 없다

만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라.
아이나 늙은이나 부자나 가난뱅이나 목숨줄은 하나
하나의 위 하나의 심장에 똑같은 생존권을!
적자생존은 거짓말이다
나무도 뿌리가 얽혀 물을 나눠 가진다 눈에 안 보이는
그 작은 세포들도 막을 통해 양분을 주고받는다

만국의 백수여 당당하라. 그대 손은 백개,
탄식하며 부끄러워하는 흰손이 아니라
손 벌리는 곳마다 달려가 그의 손이 되어주었다
하늘 우러러 땅에 엎드려 생명을 키웠다
새벽이슬 덮고 지는 달을 노래하고 톱니바퀴 바깥에서
인류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아픈 자를 위해
환전한 수 없는 눈물을 그렸다

만인의 것 만인에게 돌려주라,
가난과 사랑과 고독과 자유를 어찌 수치로 잴 수 있으랴
서류 더미로 만인의 불운을 판정하지 말고
구걸하듯 불행을 꾸미지 않게 하라
선심 쓰듯 주지 말고 봉사도 노동도 강제하지 마라
받기 위해 주는 자는 서로를 타락시킨다
보이지 않은 데서 모르는 자의 등을 밀어주게 하라

프롤레타리아조차 되어본 적 없는 만국의 백수여,
단결하라 각자,
삽과 곡괭이와 노래와 막걸리와 춤으로
끌과 망치 붓과 물감으로 그대의 행복실험실을 경영하라
머잖아 그곳에서 진실로 함께 사는
신인류가 뚜벅뚜벅 걸어 나오리라

-김해자, <집에 가자, (삶창, 2015)> 중 

 

 

 

공밥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밀개차 끌고 가다 오르막길에서 얼기설기 종이 뭉치와 박스들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구부려 앉아 박스를 줍고 종이를 다시 묶습니다 앞서가던 할머니가 할아버지 밀개차도 같이 끌고 갑니다 할머닌 무거운 프라이팬 주워 2천 원 받았다고 흐뭇해하십니다

자전거와 도서관과 시가 공생의 도구란 말 믿고 도서관에 가 반나절 꼼짝 않고 공생의 시 궁글렸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앞에 앉은 조립공처럼 시의 밥 지었지요 좀체 익지 않는 시 뜸 들이는 동안 잘 익은 시 한 알 한 알 베껴 먹기도 했어요 퇴근하면 문 닫아버리는 도서관에 가보고 싶었던 여공 시절 떠올리며 열심히 공부했지요 냉이도 퍼렇게 언 손 뻗치고 쑥도 가물어터진 흙 비집고 올라오는데 저 어린 것들도 공들여 푸른 밥상 차려내는데 공밥 먹는 시시한 시인 안 되려고 기 쓰고 시를 썼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반나절 퍼 올린 오늘 시값은 공짜랍니다

-김해자,<집에 가자,(도서출판 삶창, 2015)>  중 

 

 

 

 

 "광덕 부르스"

눈꺼풀이 가물가물 내려오는
다 늦은 저녁에 무신 마을 회의를 간다고 
단내 폴폴 나는 감자 쪄 들고
우정인 어매가 납작 업드려 계단을 오르는디
엉거주춤 팔 하나 쭈욱 뻗어 계단에 올리고
팔하나 납작 내려 다리 움켜잡고
흔들흔들 다리를 마악 들어 올리는디
어라, 마침 건너편에서 절뚝절뚝 걸어오던 종분씨가
후다다닥 달려와 우정인 어매 엉덩이를 살짝 받쳐 드는디 
얼레, 허리에 두 손 받치고 뒤로 자빠질 듯 다가오던
금례씨가 넘어진 아이 안듯 어매를 일으켜 세우는디
얼쑤우, 허리에 기합 넣고 으드드득 일어서는디
아싸아, 흙 묻은 손바닥 탁탁 터는디 
감자 껍질은 툭툭 벌어지는디
마침 감나무 가지에 거린 저녁노을에 
풋감도 은근슬쩍 물들어가는디

-김해자, <니들의 시간, (창비, 2023)> 중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도리깨질하는 앞에 서서 고개만 까딱거려도
수월하다는 앞집 임영자 씨 말 듣고
저짝에서 하나 넘기고 이짝에서 하나 제치고
둘이 하면 힘든지도 모르고 잘 넘어간다는
아랫집 맹대열 씨 말 듣고
쌀방아 보리방아 매기미질도
둘이서 셋이서 하면 재미나대서
콩 튀듯 팥 튀듯 바쁜 양승분 씨 밭에 가서
가만히 서 있다
콩 터는 옆에 앉아 껍데기 골라냈다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콩알을 줍기도 했다
심지도 않은 땅콩 한 소쿠리 얻었다
백수도 참 할 일이 많다

- 김해자, <해자네 점집, (걷는 사람, 2018)>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