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당에 앉아 있으면 : 고철 시인

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철

 

 

마당에 앉아 있으면

 

 

 

 

별이 찾아오는 시간은 고요하다

달 찾아오는 시간은 더 고요하다

다저녁

마당에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눈 감고 있으면 고요하다

귀 감고 있으면 더 고요하다

천년이 그랬던 것처롬

고요가 시끄러운 적은 없었다

 

저쪽에는 저쪽의 고요가 있다

이쪽에는 이쪽의 고요가 있다

저 산에는 저 산의 새가 있다

이 산에는 이 산의 새가 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군이 울면서 지났갔을테고

파랑새가 파랑(波浪)을 견디며 지났을 테고

대포나 수류탄도 지났을 테고

역병의 펜-데-믹 같은 녹두꽃 지났을 테고

 

마당에 앉아 있으면 안다

 

그제께같이 개망초꽃 피었다

내 몸에도 고요가 생겨서인지

소나기 구르는데도 참견하지 않았다

다소 쓸쓸하지만

나는 마당하고 고요가 참 좋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세영 시 : 너의 목소리  (0) 2026.01.07
기형도 : 비가 2, -붉은 달-  (0) 2026.01.06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0) 2026.01.04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0) 2026.01.03
서정주 시 10편 소개  (1)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