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2) 썸네일형 리스트형 12월의 시(詩)들 12월의 시들 12월 저녁의 편지안도현 12월 저녁에는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12월의 시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처마끝마다 매달린천근의 어둠을 보라오둠이 길을 무너뜨린다길가에 쓰러져 있는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버린다 거기엔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어둠의 딸인 새벽과그것의 젊은 어머니인아침이 거기엔아직 눈매 날카로운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떠날 때를 기다려달빛 푸른 옷을 갈아 입으려.. 9월에 관한 시 9편 9월에 관한 시 9편 구월이 와도 이재무 구월이 와도 멀어진 사람 더욱 멀어져 아득하고 가까운 사람의 눈길조차 낯설어가고 구월이 와도 하늘은 딱딱한 송판 같고 꽃들은 피면서 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더위 상한 몸 더욱 지치게 하네 구월이 와도 새들의 날개는 무겁고 별들은 이끼 낀 돌처럼 회색의 도화지에 박혀 빛나지 않고 백지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이제는 먼 곳의 고향조차 그립지 않네 구월이 와도 나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가는 세월의 앞치마에 때만 묻히니 나를 울고 간 사랑아. 나를 살다간 나무야 꽃아 강물아 달아 하늘아 이대로 죽어도 좋으련, 좋으련 나는 9월과 뜰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