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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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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 하느님은 부사를 좋아하신다 하느님은 부사를 좋아하신다나희덕 '쓰다'라는 동사의 맛이 항상 쓴 것은 아닙니다'보다'라는 동사는 때로 조사나 부사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라는 부사를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빨리'라는 부사도 조심하세요'항상'이라는 부사야말로 항상 주의해야 할 물건이지요하느님이 부사를 좋아하시는 건 사실이지만요 양치기가 사제보다 더 숭고할 수 있는 건바로 부사 때문이에요양치기가 어떻게 양들을 불러 모았는지그때 눈빛은 어땠는지목소리는 얼마나 다정했는지해 질 무렵 어둠은 얼마나 천천히 걸어왔는지양들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돌아왔는지돌아오는 길에 데이지가 얼마나 많이 피어있었는지부사로 이루어진 그런 순간들 말이에요 부사는 희미한 그림자 같아서부사 곁에서는 마음도 발소리를 낮춘답니다 '천천히'라는 부사는 얼마나 천천히 어..
나희덕 시 귀뚜라미 귀뚜라미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나희덕' 시인 소개와 시 소개 나희덕 시인 소개  나희덕(羅喜德, 1966년 2월 8일~)은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1년~2018년)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19~)로 재직 중이다.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창작과 비평》, 《녹색평론》의 편집자문위원을 역임했다. 1998년 제17회〈김수영문학상〉, 2001년 제12회 〈김달진문학상〉, 제9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 부문, 2003년 제48회〈현대문학상〉, 2005년 제17회〈이산문학상〉, 2007년 제22회〈소월시문학상〉, 2010년 제10회 〈지훈상〉 문학 부문, 2014년 제6회 〈..